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은행(옛 대한천일은행)이 고종 황제 시절부터 관리해온 서울시금고의 운영권(1금고)을 지난 5월 신한은행에 빼앗긴 이후 구금고 입찰 경쟁에서 연일 수성에 성공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25개구 중 용산구를 제외한 24개구에서 금고지기를 맡아왔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도봉, 구로, 영등포, 동작, 서대문, 강동, 강북, 성동, 성북, 송파, 관악, 금천, 은평, 중구 등 운영 은행이 확정된 14개 구금고 중 12개를 우리은행이 따냈다. 성동과 강북 두 곳만 신한은행이 가져갔다.

조선DB

당초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다수의 구금고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신한은행이 서울시 1금고 운영권을 따낸 만큼 구금고도 시금고 은행과 같은 은행을 택하는 게 전산시스템을 연계하기 편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리은행이 구금고 입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같이 오래 일을 해왔고 시스템도 익숙한 우리은행이 전문성 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은행권에선 강남, 강서, 광진, 노원, 동대문, 마포, 서초, 양천, 용산, 중랑, 종로 등 나머지 11개 구금고 입찰 경쟁에서도 우리은행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은행은 은행 중 가장 많은 1900여명의 금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세입세출 온라인시스템(ETAX) 등 구금고 업무 전 과정을 처리하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다른 은행 입장에서는 복잡한 구금고의 세정 업무를 이해하고 민원인의 편의를 지원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연 16조원 규모인 서울시 구금고는 그동안 우리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강남, 용산, 서초, 노원, 양천, 강서, 도봉 등 7개구는 복수금고를, 나머지 구는 단수금고를 운영 중인데 우리은행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구의 구금고 운영을 맡았다. 용산구는 신한은행이 1,2금고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구금고 운영권을 확보하면 자치구의 예산, 세출입 업무 등 지역구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면서 핵심 예금을 운용할 수 있다. 부수적으로 해당 지역의 공무원들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우리은행관계자는 "장기간 서울 구금고 세정업무를 지원하는 16종의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민의 편리한 세정업무와 구금고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