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의 IT(정보기술) 기업인 삼성전자가 5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 3분기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20.4%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도 26.9%를 기록해 사상 최고다. 제조업체 가운데 20%대 후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기업은 미국의 스마트폰 업체 애플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을 기록해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애플 제외하곤 적수 없다. 뉴질랜드 GDP보다 많이 버는 삼성전자

본지가 블룸버그 등 각 조사 기관의 전망치를 토대로 분석해본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실적은 세계 IT 기업 중 애플에 이어 2위에 오를 게 확실시된다. 애플은 올해 연간 매출 2645억달러(약 299조원), 영업이익 701억달러(약 79조3390억원)를 올릴 전망이다.

애플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 면에서 삼성전자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세계 1위 인터넷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삼성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까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던 미국 인텔은 이익 규모가 삼성의 3분의 1 수준이며, 중국 IT 산업의 대표 주자인 화웨이의 경우 매출은 삼성의 40% 안팎, 영업이익은 10%대에 그친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전자 연간 매출은 올해 뉴질랜드의 예상 GDP(국내총생산·명목 기준) 2208억달러(약 249조원)보다 더 많다. 뉴질랜드의 GDP는 세계 50위권이다. 한국의 올해 GDP 전망치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총판매액인 매출과 부가가치액의 합인 GDP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케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국내 상장사 1380곳 전체 영업이익의 34%에 달한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삼성전자 외에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 실적 견인한 것은 반도체

3분기 삼성전자 실적 상승세를 견인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다. 증권가와 IT 업계에서는 올 3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전 분기보다 2조원가량 많은 13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무려 53%에 이르고 삼성전자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대 후반에 달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판매량이 늘면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은 영업이익이 2조원대 초반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지난 8월 대화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9(노트9)을 예년에 비해 2주가량 조기 출시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오히려 실적이 뒷걸음질친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노트9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갤럭시S9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본다. TV·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 사업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한 고가 TV 시장의 호황, 에어컨 판매량 증가 등으로 인해 실적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가 정점… 4분기 성장세 꺾일 것"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은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공급량 증가로 인해 반도체 시장이 4분기부터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실적도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스마트폰 사업은 4분기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히려 지난 9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X(텐)S 시리즈의 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주춤하겠지만 반도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