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한국증시는, 한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단막극 같았다.

일단 미국.

미국 10년물 금리는 3일(현지시각) 3.16%로 7년내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4일 장중에도 계속 3.2%를 상회했다가 결국 3.187%로 끝났다. 밤사이에는 미국 증시마저 부진했기 때문에, 오늘 한국 증시는 한번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MSCI 한국지수는 밤사이 2.74% 떨어졌다.

급락 요인은 채권값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금리 상승) 점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금리 상승 자체는 나쁘지 않은 징후라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그동안 장기 금리가 단기금리에 비해 오르지 않는 것이 미국 증시 강세론자들을 찜찜하게 하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전통적으로 불황의 시그널로 인식된다.

전문가들은 10년물이 3.3~3.5%까지는 오를 것이라고(혹은 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연내 1회 인상, 내년 2회 인상 등이 반영된 수준이다. 다만 3.5%를 넘으면, 하락장으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크다. 3.5%는 배당수익률보다 채권수익률이 더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들은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마 이렇게 된다면 글로벌 머니 무브가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미국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제 무역전쟁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중국이 쓸 카드가 없다는 시각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수출은 좋은 것이고 수입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오는 시각일 뿐, 수입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미국도 (중국보다 덜 하기는 하지만)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오래 버티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들을 유념해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내수 부양을 원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등 내수주들이 불안하다. 지난 7월 중국 계면일보에는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중국 관세인하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다. 이제 해외시장과 중국시장 내 가격차가 좁혀져, 중국 국민들이 중국 내에서 명품을 살 것"이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전날 한국발 비행기 짐 전수조사는 이런 기류 속에서 나온 조치다. 점점 더 유커로 인한 콩고물이 적어지지 않을까 싶다.

위대한 미국과 2인자가 '자기 살길'만 찾고 있다. 그 틈에서 한국은 위태로워 보인다. 전날은 유가 상승 수혜 기대감이 있는 조선주과 금리 인상 수혜주인 일부 금융주만 빼고는 모두 폭락하는, 우울한 연극 한편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