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부진하고 미국 금리 인상, 신흥국 통화 위기 등으로 대외 환경도 불안해 상당수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운용 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모이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타깃데이트)'으로 삼아 해당 시점에 자산 가치가 최대한 불어날 수 있도록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펀드라고도 불린다.

◇은퇴 걱정에…TDF 시장 규모 1조3000억원 육박

올해 초 7640억원 수준이었던 TDF 시장 규모는 10월 현재 1조2870억원으로 1.7배로 커졌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TDF 시리즈를 내놓은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TDF 수탁액은 최근 5000억원을 돌파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국내 액티브 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6533억원이 유출됐는데, TDF로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국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 외의 방법으로 노후 대비 자산을 마련할 필요가 높아졌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TDF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8개 자산 운용사가 TDF 71개를 운용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 따라 5년 단위로 상품이 출시돼 있고, 펀드명에 2035, 2040, 2045 등 목표 연도가 표시돼 있다. 예를 들어 2040년에 은퇴 예정이라면 TDF 2040에 가입하면 된다. 운용사는 고객이 은퇴할 예정인 목표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자산 비중을 조정한다. 운용 기간이 길수록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반대로 은퇴 시점이 가까운 펀드일수록 보다 채권 펀드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인다.

◇TDF 2045 수익률 평균 5%

최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TDF는 제법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4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 71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최근 1년 수익률이 3.1%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0.65%), 해외 주식형 펀드(1.2%) 등을 모두 앞선 성적이다. 특히 장기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목표 은퇴 시기가 2045년인 TDF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이 평균 5.02%다. 주요 운용사의 TDF 최근 1년 수익률로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년'이 6.16%로 가장 높았고, '삼성한국형TDF2045'(5.77%), '한국투자TDF알아서2045'(5.71%), 'KB온국민TDF2045'(5.13%)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코스피가 지지부진했음에도 비교적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TDF의 주요 운용 전략이 '해외 분산 투자'이기 때문이다. TDF 대부분이 국내 주식보다는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식 및 채권에 골고루 분산한다. 외국의 다른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주식은 전 세계 시가총액 대비 국내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1~2%)만큼만 보유하고 있다. 김정훈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TDF가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내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대표적인 연금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운용 전략·수수료 따져봐야

같은 해를 목표 시점으로 둔 TDF라도 자산 운용사별로 운용 전략과 수수료가 다르다. 따라서 최종 목표 시점에 도달했을 때 위험 자산 비중을 얼마로 둘 것인지 등을 따져보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또한 TDF는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수수료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TDF 운용사가 받는 표면적인 수수료는 대부분 1% 안팎이지만 실제 운용 보수는 이보다 클 수 있다. 투자금을 외국 펀드에 간접투자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다. 세금을 아끼려면 세금 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통해 TDF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