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일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안정적 경영권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게 발휘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혁신 성장과 기업 지배구조'를 주제로 서울대 기업사회적정당성연구센터가 지난 2일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는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과 사회적 책임 경영을 지속하도록 촉진하는 대표적인 장치"라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도입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경영 체제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란 '1주(株)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1주당 의결권이 서로 다른 2종류 이상의 주식을 발행하는 제도이다. 복수의결권주, 부분의결권주, 무의결권주 등이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을 타깃으로 경영 간섭에 나서면서 외국계 투기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논의돼왔다.

이 교수는 "구글 공동 창업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일반 주식의 1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다"며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통해 기업이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추진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ICT 스타트업 중 67%는 창업자 주식에 보통주의 최대 10배 이상에 달하는 의결권을 줬다"며 "유럽 300대 상장기업 중 약 20%, OECD 국가 중 3분의 2 이상도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는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벤처·중소·중견기업과 비상장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기존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하는 '테뉴어 보팅제'를 도입할 것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차등의결권 주식제도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기업이 외국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 투자자가 대부분인 국내 주식 시장에서 장기 보유자에 대해 의결권을 더 주는 방안은 도입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