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최대 55분 줄어들고, 여가 소비 지출은 9.2%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정시 퇴근 문화가 확산하면서 직장인들은 회사 근처보다 주거지 인근에서 여가 활동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일 KT와 BC카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변화한 생활상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KT는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경기도 판교 등 4개 권역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KT는 휴대폰과 기지국이 주고받는 신호를 분석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넘게 같은 기지국에 4시간 이상 연결된 휴대폰을 가진 이용자를 해당 지역의 직장인으로 간주했다. 또 휴대폰 신호가 1개 기지국에 머무르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추정했다.

KT에 따르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본사가 있는 광화문 지역에선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55분이나 줄었다. 하지만 인터넷·게임 기업과 대기업 R&D(연구개발)센터가 몰려 있는 판교에선 근무시간이 12분, 금융 기업이 많은 여의도에선 7분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판교 지역엔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는 스타트업이 많고, 여의도 금융 기업들은 주 52시간 시행 전부터 국내 증시 개장과 종료에 맞춰 근무하는 패턴이 정착돼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제조 분야의 중소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내 직장인 하루 근무시간은 오히려 5분가량 늘었다. KT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지 않는 300인 이하 중소·벤처기업이 많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도 최대 30분가량 늦춰졌다. 광화문 일대의 경우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사이 출근하는 직장인 비중이 38%로 지난해(21%)보다 크게 늘어난 반면,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사이 출근자 비중은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 여의도 직장인들은 작년과 비슷하게 전체의 90%가 8시 전에 출근하고, 퇴근도 광화문·판교 등 다른 지역에 비해 30분가량 빨랐다.

BC카드는 8월 19일∼9월 15일 서울 시내 전체를 대상으로 42만여 개 가맹점의 카드 사용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서점·헬스클럽·영화관·테니스장 같은 여가 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9.2% 증가했다. 반면 광화문과 판교 지역의 오후 6시 이후 음식점·술집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다. 여가 활동으로 가장 높은 매출 신장을 이룬 지역은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동작구와 강서구였고, 오피스 지역인 종로구와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는 금천구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