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면역항암제라는 암과 싸우는 새로운 무기를 갖게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면역학자에게 올해의 노벨의학상이 돌아갔다.

앨리슨 텍사스대 교수(왼쪽), 혼조 교토대 교수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면역학 박사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분자면역학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1일 발표했다. 두 수상자는 암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어떻게 무력화시키고 살아남는 과정을 밝혀냈다. 면역세포에는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스위치가 있다. 암세포가 몸 안에 나타났다면 긴급 상황이니, 스위치를 켜서 인체 방어 기능을 최고조로 올려야 하는데, 암세포는 교묘하게 이 스위치를 꺼버리는 기술을 갖고 있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이런 과정에 CTLA-4이라는 면역 스위치가 암세포와 관련됐다고 밝혀냈고, 혼조 교수는 PD-1 이라는 스위치 기능을 풀어냈다. 혼조 교수는 1990년대부터 시작한 연구를 20년간 이어 가서 2010년대 초반에 결실을 맺게 됐다고 일본 언론에 전했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거꾸로 암세포의 방해 공작을 뚫고 면역세포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여 암을 제대로 공격하게 하는 이른바 면역항암제가 개발됐다.

기존 항암제는 약물 성분이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다. 암이 성장하는 회로를 차단하거나 독성으로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영특한 암은 우회로를 만들거나 독성을 막는 장막을 쳐서 살아남는다. 일반 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한계에 이른 이유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몸속에 이미 존재하는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속지 않고, 자체 능력을 활성화해서 암을 공격하도록 한다. 군대를 강하게 키워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로 암세포가 암 공격 주력군인 T면역세포에 단백질을 뿌려서 암세포를 찾아서 공격하는 스위치를 무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스위치들이 PD-1이나 CTLA-1 등이다.

이에 암세포의 전술을 차단한 면역항암제다. 암세포가 위장 회피 공작을 못하도록 해서 T면역세포 기능이 제대로 작동케 한다. 강해진 면역세포는 본래대로 암세포를 찾아내서 공격해 죽인다.

면역항암제가 개발된 2010년 초반부터 곳곳에서 기존 치료법으로 회복이 불가능했던 암을 치료하는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피부암 흑색종이 뇌로 전이됐을 때 이를 완치시켜 화제가 됐다. 요즘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마치 금광을 찾아 떠나는 골드 러시(gold rush)처럼 면역항암제 개발과 시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면역항암제 투여 후 환자의 30% 안팎에서 기존 치료에서 효과 없던 암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약값이 1년에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기도 해서 고가 약값이 논란을 일으킨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피부암과 폐암 등에 대해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쓰이고 있다"며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로 암 치료에 수술, 일반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 이어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수상으로 과학 분야에서 23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2016년 이후 2년 만에 의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