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종로나 을지로 등 도심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비어 있는 업무 빌딩을 활용하고, 노후 건물이 있던 자리에 고층 건물을 지어 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스페인·스위스·에스토니아 등 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로 외곽 공급에 치우친 주거 정책은 잘못됐다"며 "교외가 아닌 서울 도심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서울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해온 박 시장이 내놓은 서울 주택 공급의 대안이다.

박 시장은 이날 "광화문·을지로 등 업무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은 주거율이 낮다"며 "기존 노후 건물 자리에 높은 층수의 주상복합빌딩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도심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등 도심권 지역이 대상지다. 박 시장은 "도심에다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높은 건물을 많이 짓겠다"며 "분양이 많아지면 주택 가격에 문제가 생기니까 공공임대를 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도심 공공임대주택이 도심 활성화와 주택 공급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안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교외에 살면서 1~2시간씩 들여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최소 150만명은 된다"며 "(집과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이 몇 억씩 빚을 내서라도 서울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거와 직장이 가까워야 집값이 잡힌다는 분석이다.

도심 임대주택을 중산층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박 시장은 "앞으로는 임대주택을 중산층에게도 제공하고 그 대신 소득에 따라서 보증금은 차별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현정 서울시 주택정책팀장은 "도심에 새로 짓는 주상복합건물에 혜택을 주는 대신, 주거용 임대 비율이 최대 절반이 되게 할 것"이라며 "공실률 높은 기존 업무 빌딩을 임대주택으로 쓰는 방안은 따져봐야 할 법적 문제가 있어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