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상승과 석유화학 부문인 파라자일렌(PX) 시황 개선에 힘입어 3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096770), S-Oil(010950)(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영업이익 총합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이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실적이 예상치를 웃도는 것)’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허리케인 하비(Harvey) 수혜를 입었던 작년 3분기보다는 영업이익이 줄겠지만, 올해 상반기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SK증권(001510)은 4762억원에서 7589억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6291억원에서 8283억원으로 최근에 각각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변경했다. 유진투자증권(001200)도 지난 7월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6285억원으로 전망했다가 얼마전 8197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정제마진 추이, 점진적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등의 영향으로 시장 예측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078930)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증권은 3분기 GS 영업이익이 5887억원으로 당초 전망치 5487억원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기준으로 GS칼텍스는 GS 순이익의 73%를 차지했다.

에쓰오일 파라자일렌 울산 공장

◇ 정제마진·PX 시황 개선돼 정유사 이익 증가

정유업계가 3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정제마진과 PX 시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9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1배럴당 7.9달러로 지난 6월 대비 3.7달러 올랐다. 지난 6월 4달러대까지 추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원유 도입가격이나 정제설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정유사 화학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PX 시황도 좋다.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만드는데 쓰이는 중간원료다. 3분기 PX 가격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t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9월 평균 PX 가격은 1300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내 PX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뛰었다.

PX 가격과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차이(스프레드)도 3분기 평균 t당 501달러를 기록해 직전 분기 평균 344달러보다 157달러 늘었다. 9월 PX 스프레드는 600달러를 넘겼다. 스프레드가 오를수록 정유사 수익은 증가한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공장 전경.

◇ 정유 4사 영업이익 8조원 넘을까

최근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PX 스프레드가 호조를 보이면서 정유업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역대급 호황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 1조56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고, 에쓰오일은 657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45% 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8653억원, 596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8.8%, 16%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에 정제마진과 PX 스프레드까지 개선되면서 올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6년 7조9513억원, 2017년 7조8698억원으로 2년 연속 7조원대에 머물렀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업계는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좋지 못한 시황을 보였지만, 유가와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며 "화학에서도 PX(파라자일렌)가 호조를 보인 것이 실적 강세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