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웅 한국CFA협회장(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은 "일반 사람들이 금융 관련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는 ‘파이낸셜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 활동을 늘릴 계획이다"며 "중고등학생, 대학생, 노년층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인데도 금융의 중요성를 인식하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아 고령화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게 한국CFA협회의 과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자격 시험의 유인책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투자분석과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관련 시험은 CFA 자격 시험과 겹치는 부분"이라며 "CFA 자격을 획득한 경우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고도 투자분석 및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관련 시험은 면제해주는 방안을 금융투자협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CFA협회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 지회를 두고 있는 글로벌 비영리법인이다. CFA의 3차 시험을 모두 합격하고 4년간 투자 유관기관 경력을 인정받은 ‘차터홀더’가 15만명인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전문가 모임이다. 금융권 최고 권위의 자격증인 만큼 연간 32만명 이상이 CFA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CFA협회는 1999년 10명의 CFA로 단출하게 시작해 10여년 만에 1000명 규모(올해 1월 기준 985명)로 성장했다. 조윤남 대신자산운용 전무,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상무, 박정림 KB금융그룹 WM총괄 부사장, 추흥식 세계은행(WB) 투자운용국장 등 금융산업 곳곳에서 CFA협회 시니어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달 제10대 한국CFA협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박천웅 한국CFA협회장(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현업에 종사하면서 CFA협회장 자리를 겸직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협회장직을 수행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개인적으로 CFA 협회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1999년 미국에서 MBA를 공부하던 시절 CFA 차터(charter)를 땄다. 당시 담당 교수였던 프랭크 라일리(Frank Reilly) 교수가 CFA 협회장이었다. 내가 CFA 시험에 합격하니까 라이리 교수가 한국에 CFA 공동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싱가포르, 런던 등지에서 활동하게 되는 바람에 한국에 한동안 돌아가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국CFA협회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번에 협회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 흔쾌히 응했다.

사회적인 책임감도 있다. 한국CFA협회 멤버가 최근 1000여명에 이르렀다. 금융업계의 상당한 자원 및 재원(resource)이 확보됐고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CFA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CFA 협회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

"CFA는 한 번 자격을 따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continuous education)이 필요하다. 협회는 회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CFA 인스티튜트 리서치 챌린지를 통해 대학생, MBA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업 분석 경시대회도 열고 있다. 한국에서 일등을 하면 지역(regional) 대회를 나갈 수 있고 또 거기에서 일등을 하면 글로벌 대회로 나간다."

-CFA협회장으로서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CFA협회는 미국 금융 정책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하고 있고 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한다. 한국CFA협회도 회원 1000명 이상으로 많이 성장했으니 정책 조언과 같은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본다. CFA가 조언할 수 있는 정책 스펙트럼이 넓다. 특히 CFA가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투자 윤리(Business Ethics)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대학생 대상 리서치 챌린지 뿐 아니라 대학생 교육 및 멘토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일반 사람들이 금융 관련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는 ‘파이낸셜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 활동도 늘릴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인데 금융의 중요성를 인식하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굉장히 큰 위험 요소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노년층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금융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후 협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려 대중을 위한 금융교육 서비스를 하겠다."

-최근 CFA 시험 범위에 암호화폐 관련 내용이 추가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CFA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가.

"한국CFA협회는 금융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금융이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연구한다. 그 변화에 맞춰 커리큘럼도 계속 바꾼다. 4차산업혁명 기술들, 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이런 부분이 커리큘럼 안에 흡수되고 있다. 금융투자만 놓고 보면 대체투자의 비중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대체투자도 커리큘럼에서 상당 부분 차지한다. CFA는 금융의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지식을 추구하고 있고,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에서 CFA 합격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 일례로 해외에서는 CFA 자격증을 따면 일부 금융 관련 자격도 인정해준다. 국내에서는 이런 면제 제도가 없어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금융투자협회와 그 부분을 논의 중이다. 현재 국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 주관 시험을 봐야 한다. CFA 자격이 있으면 투자분석,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등의 시험은 보지 않아도 이미 자격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면제해줘도 무방하다. 그동안 업무차 방문했던 금융도시 중에서는 CFA 자격증 있는 사람이 금융투자 시험을 따로 보는 곳은 없었다. CFA가 갖고 있는 전문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적어도 금융투자 부분에서 면제를 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FA 시험에서 3차까지 완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많다. 지원책이 필요한 것 같다.

"응시자들한테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먼저 시험의 내용면에서 1차, 2, 3차 전부 내용이 다르다. 3차까지 봐야 투자의사 결정과정의 풀 스펙트럼(Full Spectrum)을 경험한다. 힘들어도 꼭 3차까지 완주하길 부탁한다.

두 번째로 CFA를 딴다는 것은 평생의 자산이 되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1차든 3차든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업무 이외의 시간에 몇 달 동안 하루 적어도 두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업무 이후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좋은 습관’이라는 무기를 만들 수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올해 대체투자상품 관리분야의 자격시험인 ‘CAIA’ 자격증을 획득했다. CFA 딴 경험이 없었으면 용기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예전에 해봤던 습관을 다시 꺼냈고 그게 통했다. 세상이 변해가고 스스로 마모됐다고 느꼈을 때, 혹은 업무에 매몰돼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 다시 그 습관을 끌어다 쓰면 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해서 습관이 몸에 베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