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형광단백질(GFP)은 특정 단백질이 생체 내에서 작용하는 위치와 기능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물질이다. GFP는 생명공학 연구에서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GFP를 발견하고 이를 생명공학 연구에 실험도구로 개발해 온 로저 첸 박사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특정 세포의 활동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하는 GFP 연구로 노벨상은 수상한 로저 찬 박사가 낸 226건의 논문을 인용한 특허는 7717건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특허를 통해 산업에 기여한 정도가 가장 높은 연구성과 중 하나다.

10월 1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이 잇따라 발표된다. 노벨과학상은 흔히 기초연구 성과를 주요 대상으로 수여되며 산업에 직접 사용되는 기술보다 과학현상의 근본 원리 등을 탐구하는 연구에 수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연구재단의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GFP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많은 분야에서 산업과 연계돼 기업을 통해 응용분야로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청색 LED·자궁경부암 백신...노벨 과학상의 주요 성과

1962년 GE가 발광다이오드(LED)를 처음 발견한 뒤 적색 LED와 녹색 LED는 초기에 개발이 완료됐지만 빛의 3원색 중 나머지 하나인 청색 LED는 30여년간 개발되지 못했다. 일본 출생의 나카무라 슈지와 그의 동료들이 백색광 소스를 만들 수 있는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하며 LED를 통해 자연계의 다양한 색상을 재현해 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LED를 조명 및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나카무라 슈지와 그의 동료들은 2014년 청색 LED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나카무라 슈지가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696건, 이 논문을 인용한 1단계 인용 특허는 1101건에 달했다. 1단계 인용 특허를 인용한 2단계 인용 특허는 무려 5261건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간 400여건의 관련 특허가 쏟아지며 LED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에게 두 번째로 흔한 종양 질환인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로 이어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성과도 있다. 독일 출생의 해럴드 하우젠 박사는 1983년 사람의 자궁경부암이 특정 유형의 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살아있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 죽음은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며 이러한 기능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종양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균형이 맞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숙주 세포의 유전자에 편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우젠 박사의 발견은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 하우젠 박사가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119건으로 이 논문을 인용한 1단계 인용 특허는 212건, 1단계 인용 특허를 인용한 2단계 인용 특허는 497건에 달했다. 특히 2차 인용 특허의 경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특허가 급격히 증가해 종양학과 바이러스학 및 관련 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궁경부암 유발하는 유두종바이러스(HPV) 모식도.

◇ 학술에서 산업으로...10년간 노벨 과학상 논문 인용 특허 1만3000건 넘어

연구재단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8년~2017년 노벨 물리학, 생리의학 및 화학상 수상자는 총 78명으로 이 78명의 수상자가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총 1만2973건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을 직접 인용한 특허(미국, 일본, 한국, 유럽, 중국)는 총 1만3244건에 달했으며 이를 재인용한 2단계 인용 특허는 총 4만3898건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논문이 연구자의 학술적인 성과를 나타낸다면, 특허는 해당 성과가 산업으로 얼마나 파급되어 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작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연구논문과 특허와의 연계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이러한 연계성이 높은 연구성과의 영향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고 밝혔다.

천기우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 논문의 2단계 인용 특허를 많이 출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높은 산업적 성과에 비해 아직 취약한 국내 기초연구 수준이 한단계 도약한다면 연구논문과 특허의 연계성이 높은 성과, 즉 활용성과 산업적 파급력이 높은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