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값이 크게 움직이지 않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이 잇달아 나올 것이 예고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용인 수지구와 안양, 과천 등은 최근 1개월 동안 3%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로 쏠렸던 주택 수요가 교통 등 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으로 일부 옮겨가기 시작한 신호탄이라고 해석한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17일 기준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는 전월 대비 3.91% 오르면서 전국 평균(1.11%)의 3배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안양시는 3.32%, 과천시는 3.57%가 각각 오르며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지의 경우 1주일간 상승률이 1.42%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꾸준했던 반면 수도권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11.32% 상승했고 수도권도 5.37% 상승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하기도 했다.

올해 수도권에서 뜨거웠던 지역은 17.34% 오른 성남시 분당구와 14.15% 오른 광명시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영등포(14.63%)와 동작(14.42%)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보일 정도로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반면 아파트 값이 하락한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가 0.06%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의정부는 0.25% 하락했고, 안산(-2.14%)과 시흥(-0.98%), 오산(-2.30%), 안성(-1.52%), 양주(-0.16%), 동두천(-0.46%), 광주(-0.68%) 등도 올해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 평택시는 4.93%나 하락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인 수지, 안양, 과천은 1개월 전만 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이 아니었다. 이들 지역의 8월 20일 기준 누적 상승률은 3.43%와 2.49%, 4.32%로 수도권 전체 상승 폭(3.23%)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불과 1개월 동안 8개월치 상승분만큼 오르는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수요가 일부 이동하기 시작한 효과라고 분석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인 데다 새 아파트가 없어 공급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최근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른 여파로 수도권에서 가장 좋은 곳부터 서울에 집을 사려던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지는 신분당선이 지나가고 과천과 안양 평촌 지역은 지하철 4호선으로 서울과 연결돼 있다. 과천은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고 주거 쾌적성이 수도권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박 위원은 설명했다. 안양의 경우 평촌이 다른 1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리모델링에 거는 기대가 있는 데다, 최근 교육에서도 강점을 갖기 시작해 군포와 의왕 등 주변 수요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위원은 "이들 지역은 거주 여건이 수도권에서도 손꼽힐 만큼 좋은 곳이라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른 수도권 지역도 교통이 좋은 곳, 특히 서울과 지하철로 바로 연결된 곳이라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