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나 미국 금리 인상 등 굵직한 이슈가 많지만, 대다수 개미에게 더 와닿는 것은 11개사 일괄 상장폐지나 바이오 열풍 등일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75bp로 확대된 전날(27일)에도 녹십자(006280)의 면역결핍치료제 미국 FDA 허가 지연 등이 개인에게는 중요한 이슈였다.

허가 지연 소식이 나오면 다른 바이오주도 함께 몸살을 앓는 것이 보통인데, 전날은 다소 달랐다. 심지어 녹십자의 자회사 녹십자셀주가도 한때 13% 넘게 상승했다. 바이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지난 1~2월 장 분위기와 같다. 신용대출로 바이오 주식을 사는, 바없서(바이오 없으면 서러운) 장세다.

그런데 증권가 전문가 중 일부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명을 거론하면 즉시 척결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굳이 나서진 않고 있지만, 최근 바이오 투자 패턴이 '홀짝 도박'과 같아지고 있어서다.

사실 냉정히 얘기해 바이오 신약의 가치는 그 누구도 모른다. 기자가 2007~2008년 바이오기업을 취재할 때, '이 기업은 가짜다'라는 확신이 들었던 기업이 있다. 하지만 그 기업은 현재 1조원대 가치를 가진 기업이 돼 있다. 어수선한 기업 분위기 속에서도 신약 개발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다. 바이오 신약의 가치를 꿰뚫어 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일 듯싶다.

한 증시 전문가는 "국내 중소형 신약 개발업체는 대부분 한두 가지 품목만으로 승부하는데, 잘 되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틀어지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사실상 홀짝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 더더욱 기업에 매달리고, 종교처럼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다. 결국 몰빵했다가 눈물 흘리는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바이오주만 봐도, 최근 핫했던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상가모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가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다소 지지부진해졌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일단 바이오 펀드처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한 기업의 실패를 다른 기업의 성공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시밀러처럼 비교적 안전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아예 초창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3일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작성한 '미국, 바이오. 현실과 꿈' 보고서에 따르면 중형주인 S&P400 제약·바이오나 소형주인 S&P600 제약·바이오, 더 소형주인 러셀2000 바이오에 투자하는 것이 대형 바이오(S&P500 제약·바이오)에 투자하는 것보다 성과가 좋았다. 국내의 경우에도 시총이 불어나고 임상 3상이나 판매 허가가 임박한 대형 바이오주보단,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바이오 신약이 출시된다고 해서 성과가 좋으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