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는 결국 돈…화주·소비자도 부담해야"

세계 1위 머스크라인에 이어 MSC, CMA‧CGM 등 글로벌 선사들이 2020년 시작되는 황산화물(SOx) 환경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환경규제로 발생하는 추가 부담을 화주에게 이전하기 위해 운임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선사 CMA·CGM 컨테이너선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 프랑스 선사 CMA‧CGM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2020년부터 시작될 경우 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60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작년 1TEU당 운영비 1114달러의 14% 수준이다.

세계 모든 선사는 IMO 환경 규제에 따라 2020년부터 선박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비율을 3.5%에서 0.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번 SOx 규제는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선사들은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선박을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CMA‧CGM는 2만2000TEU급 LNG추진선 9척을 발주했지만, 나머지 선박에 대해서는 저유황유를 사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기존 연료보다 50% 이상 비싼 저유황유를 쓰려면 1TEU당 160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세계 2위 스위스 선사 MSC도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운영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MSC는 연료비 증가분을 반영한 새로운 유류할증료 체계를 준비 중이다.

CMA‧CGM,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선두업체인 머스크라인이 지난 19일 유류할증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운임 인상을 예고하자 이에 동참하고 있다. 머스크라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현행 운임 체계인 SBF(Standard Bunker Adjustment Factor) 대신 새로운 유류할증료(Bunker Adjustment Factor)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운 운임과 별도로 부과되는 BAF는 평균 연료유 가격과 노선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단계적으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머스크라인은 IMO 규제가 본격화되면 연간 선박연료유 비용이 20억달러(2조2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기준 연간 연료비는 34억달러였는데, 앞으로는 5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다. BAF 도입은 환경규제로 인한 추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화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운임이 오르는 것이다.

매튜 프리드버그 CMA‧CGM 수석부사장은 "이번 환경 규제는 해운업계에 있는 모든 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IMO 규제를 준수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유류할증료 관련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컨테이너 통합 회사 ONE(Ocean Network Express), 중국 COSCO가 인수한 홍콩 OOCL, CMA‧CGM이 인수한 싱가포르 APL 등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환경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을 화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ONE 등 글로벌 선사는 현행 운임에는 환경규제로 인한 추가 부담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는 결국 돈 문제"라며 "해운업체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화주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