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은 예견된 결과로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은 거시경제 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7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 불균형 축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까지 봐야 할 변수가 많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 미·중 무역분쟁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연준은 2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2.00~2.2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미 연준은 또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과 앞으로 밝힌 금리 결정 전망은 모두 시장의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곧바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됐고 미국은 계속 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 흐름 추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결정하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9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간다고 했지만 실제로 움직이지 못한 것은 그만큼 대내외 변수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생각보다 격화됐고, 물가와 고용 사정이 미흡해 신중히 대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