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용진 신세계(004170)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박서원 두산(000150)면세점 전무 등 주요 오너가(家) 기업인들이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업무는 물론 자신들의 여가시간, 자주가는 식당 등 사생활까지 공개하고 있다. SNS 창구를 통해 재계 오너가의 사생활은 비밀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과 소통을 늘리는 것이다.

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아래는 박서원 두산면세점 전무 인스타그램.

정용진 부회장과 박서원 전무는 글은 짧게 올리고 사진을 자주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follower·내 게시물을 받아보는 사람)도 많다. 정 부회장의 팔로워는 16만9000여명, 박 전무의 팔로워는 15만3000명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정태영 부회장을 만나 조언을 듣는 모습, 2남1녀 이란성 쌍둥이들이 직접 받은 생일 축하 카드, 직접 해먹은 김밥 사진을 올렸다. 셀카사진을 올리며 '나이먹음. 점점 셀카찍기 싫어짐'이라는 멘트도 더했다. 출장사진도 자주 올라온다. 박 전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타면세점 모델을 먼저 밝히기는 한편 자신이 팩을 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왼쪽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페이스북, 오른쪽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정태영 부회장과 박용만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길게 쓰는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박 회장은 중요사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물론 아픈 사진, 좋아하는 디저트 등 소소한 일상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재계 인사 중 유일하게 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했을 때는 일반인들이 궁금해했을 평양냉면 맛을 자세히 묘사하며 일일 기자 역할을 제대로 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을 당시에도 일일 기자역할을 했다. 그는 직접 촬영한 백두산 천지 사진과 생생한 동영상을 22~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관심을 모았다.

정태영 사장은 축구경기, 해외에서 온 서적 등 자신의 소소한 생각과 일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현대카드와 관련된 기사, 이야기도 많이 올린다. 9월1일에는 유럽은행과의 회의를 일본 야쿠시마에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런던 동경 서울 같은 전형적인 비즈니스 타운을 벗어나 색다르게 해보자는 취지로 이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그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SNS 사용이 늘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한진가 둘째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갑질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인스타그램에 '클민핸행복여행중', '휴가 갑니다', '나를 찾지마'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올리며 더 큰 비난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허물어졌다"며 "그동안 대중과의 소통을 꺼려해온 오너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오너가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SNS 활동은 기업 홍보에도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잘못 활용하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SNS 사용시 커뮤니케이션의 역량 척도인 자기주장능력(assertiveness) 외 반감을 사지 않는 교감능력(empathy)을 한번 더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