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면적 330만㎡(100만평) 이상 신도시 4~5곳을 개발한다. 위례신도시 개발 이후 중단된 신도시 개발을 10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 해제는 불발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사이 지역에 대규모 택지(신도시)를 개발, 2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이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며 수요 억제 정책을 고수하던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으로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2015년 이후 대규모 택지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국토부는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3기 신도시에 대해 "기존 1기 신도시들보다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하남·시흥·광명·과천 등이 후보 지역으로 거론된다. 김현미 장관은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03~2008년 개발에 착수한 동탄·김포한강 등 상당수 2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진 탓에 서울 수요 분산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중 1~2곳은 연내 발표하고 나머지도 내년 상반기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신도시 1곳은 인천에서 2만 가구 규모로 개발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분당의 성공은 600만 평에 달하는 대형 신도시였기에 가능했다"며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3만5000가구의 구체적인 공급 계획도 공개했다. 서울에서 옛 성동구치소 터와 개포동 재건마을에 1600여 가구 등 11곳 1만 가구를, 경기도에서는 광명·의왕·성남·시흥·의정부에 1만7000가구를, 인천에서는 검암역세권에 8000가구를 각각 건설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도시 20만 가구, 중소 택지 개발로 6만5000가구를 공급해 목표량 30만 가구를 채울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서는 그린벨트를 푸는 대신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토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을 늘리는 방법도 써보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다양한 수요 억제책에 대규모 공급 대책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서울 집값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도 저렴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