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가 깡패다."

카메라 시장과 사용자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렌즈의 질과 디지털 카메라 센서의 질이 사진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서 35㎜ 풀프레임 센서를 가진 카메라를 APS-C(35㎜ 센서 면적의 40~50% 크기) 센서가 이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카메라 사용자가 결국은 풀프레임 카메라 바디를 가지고 싶어한다.

후지필름의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X-T3를 약 2주간 사용해봤다.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조작을 위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기기다.

하지만 후지필름은 풀프레임 카메라가 아닌 APS-C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다양한 라인업으로 선보이면서 최적화된 렌즈와 바디 설계로 충분히 훌륭한 사진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후지필름의 X-T3는 그런 후지필름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기기다.

◇ 덤벼라 풀프레임…화질과 색감으로 자존심 지킨다

필름 카메라 시절 한 때 세계 최고를 구가했던 덕분일까 후지필름 디지털 카메라의 특징은 색감과 다양한 필터다. 눈에 보이는 색감을 잘 살려주면서도 같은 색 안에서의 미묘한 차이도 사진에 잘 담아내는 특징이 있다. X-T3 역시 이런 특징을 잘 살렸다. 후지필름이 2610만 화소 고화질에 역대 최고의 색 재현력을 담았다고 하는 이유다.

지난 9월 11일 구글 홈 발표 당시 현장에 있던 강아지를 X-T3로 촬영했다. 강아지의 흰털의 색과 질감은 물론 잔디밭의 초록색과 질감 역시 잘 표현됐다.

후지필름 X-T3의 바디 가격은 189만9000원, XF18-55㎜ 렌즈 키트는 229만9000원이다. 번들렌즈를 탑재한 패키지가 어째서 30만이 비싼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후지필름이 APS-C 센서로 계속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가 렌즈에 있다. 렌즈 설계를 고도화해서 APS-C 센서로도 화질과 색감을 잡아내겠다는 전략이다.

X-T3는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답게 과거 필름 카메라의 고전적인 형태를 띄면서 상단 다이얼을 통해 조작감을 맛보게 해준다. 무엇보다 가볍다. 배터리와 카드를 포함해도 바디 무게는 539그램(g)에 불과하다. 또 빠른 연사 속도와 폭넓은 ISO 커버력(160~1만2800)는 풀프레임 기종 못지않다. 메모리카드 슬롯도 2개를 마련하고 충전 중 배터리를 제거해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풀프레임 기종에도 슬롯을 하나만 넣어주는 어느 치사한 경쟁사와는 다르다.

X-T3는 상단 다이얼을 통해 셔터스피드, ISO를 조절하고 전후면 다이얼을 통한 조작 등이 가능해 필름카메라에서 느끼던 조작감을 느낄 수 있고 틸트 액정을 탑재했다. 또 메모리카드 슬롯을 2개 마련해 프로 사용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카메라 사용자들은 아웃포커싱 효과가 APS-C 센서 카메라에서 같은 조리개값이라도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의견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사진을 비교해봐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실제 사용이나 사진의 결과를 크게 달리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밝은 렌즈, 인물 촬영을 위한 줌렌즈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풀프레임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위 사진은 후지 X-T3로 ISO 200, F 3.6으로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같은 조건에서 풀프레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아웃포커싱은 확실히 풀프레임 쪽이 더 잘되는 편이지만 색감이나 질감 표현은 후지필름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특히 ISO 수치를 높이더라도 상당히 뛰어난 화질을 보여줄 정도로 노이즈를 잘 잡았다. 후지필름이 센서 감도를 높이더라도 동영상과 사진에서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자부했는데 실제 풀프레임 센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다.

위 사진이 후지 X-T3로 찍은 사진. ISO 1만2800에 조리개값은 F8이다. 아래 사진은 같은 값에서 풀프레임으로 찍은 사진. 웹 게재용으로 느끼기 쉽지 않다.
위 사진에서 숭례문의 글자 부분만 확대해서 ISO 200, 1600, 6400, 1만28000 순서로 배열했다. 윗부분이 후지 X-T3, 아래가 풀프레임 카메라. 풀프레임 쪽에서 선예도가 더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지만 APS-C 센서 치고는 X-T3도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튼튼한 바디도 장점, 가격 경쟁력이 아쉬워

고급형 카메라 바디인만큼 카메라의 내구성도 상당히 신뢰가 간다. 가볍고 튼튼하다는 점은 높게 평가해줄만하다. 또 디지털 뷰파인더도 369만화소로 고화질이어서 불편이 없었다. 초당 11장의 셔터 속도도 만족스러웠다. 센서만 APS-C일뿐 다른 모든 스펙은 고급 풀프레임 기종에 부족함이 없다. 전용 세로 그립까지 판매하고 있어 프로 사진가에게 호소력이 충분히 있다.

X-T3 번들 킷으로 찍은 사진. ISO 200, 55㎜ F4로 찍었다. 아웃포커싱 표현이 ‘고급 기종’이라는 후지필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풀프레임에 버금가는 화질로 승부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약 190만원의 바디 가격은 매력적이다. 번들킷의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만족스러운 렌즈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지 않다. ‘센서’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 카메라 시장에서 많은 사용자를 사로잡기에 가격 경쟁력이 약한면이 있다.

최근 풀프레임 기종 전반의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에서 확실한 승부수라고 하기에는 가격을 아쉽게 여길 사용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우려다. 후지필름도 이에 맞춰 캐시백 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실행 중이니 구매를 고려하는 사용자가 참고하면 좋다.

하지만 색감 승부에서 어떤 풀프레임 카메라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과 APS-C에서 화질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풀프레임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취미 사진가와 가벼운 보조용 카메라를 찾는 프로 사진가가 충분히 구매를 고려해볼만한 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