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수주 가뭄, 거래 정지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수주가 잇따른데다가, 신조선가도 상승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회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년 넘게 가뭄인 해양부문의 수주 실적이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1일 종가 3만3450원을 기록했다. 비록 전날보다 0.74%(250원) 내렸지만, 장중 한때 3만420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0월 거래 재개 이후 최고점을 다시 한번 터치했다. 올해초와 비교하면 117.9%(1만8100원) 상승했다.

9월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투자의견을 밝힌 증권사 5곳 중 2곳은 다시 분석대상(커버리지)에 포함시켰고, 2곳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3만8940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운항 모습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증권사의 전망도 밝아지는 까닭은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12척과 초대형유조선(VLCC) 15척, 특수선 1척 등 총 상업용 선박 28척을 수주했다. 35억4000만 달러(약 3조95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7%(9억6500만 달러)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와 2016년 각각 수주 규모가 4억달러와 6억달러에 불과했던 LNG선 수주실적이 올해 22억9000만달러로 크게 뛰었다. 고유가 속에서 LNG 가격은 계속 하락해 LNG선 발주 건수가 증가했고, 기술력을 앞세운 대우조선해양과 국내 조선사들이 계약을 쓸어담았다. 중국과 인도가 기존의 석탄발전을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상황에서 LNG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010140)등 빅3 조선업종들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 흐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조선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업 분석회사인 클락슨이 발표하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130으로, 지난달 이후 1포인트 상승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지난해에는 122 수준까지 떨어졌었고, 올해 초만해도 126이었다.

무엇보다 여러 부침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수주잔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안정성을 전문가들은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현재 올해 수주 목표를 50.4% 달성한 가운데,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3월 집중되었던 월간수주 흐름이 4월 저조했지만, 5월 이후부터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주한 탱커들의 옵션 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목표 수주 달성 여부와 별개로 1년 넘게 신규 수주를 못하고 있는 해양 부문에서 로즈뱅크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를 수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가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어연·조홍근 연구원은 "셈코프마린의 인당 인건비는 3217만원으로 대우조선해양 대비 12.2% 낮다"면서도 "저렴한 인건비에도 FPSO 일괄 수주 경험은 없기 때문에 기술과 경험 측면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선다"고 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FPSO 수주전 성패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셈코프마린으로 최종 후보가 압축된 지난 7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외국인투자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1507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9월 들어서도 487억원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3개월째 매도세를 보이며 각각 1176억원, 265억원 ‘팔자’에 나섰다. 사실상 최근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게 외국인투자자라는 의미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FPSO 수주에 실패할 경우 목표 실적 달성여부와 관계없이 주가가 일정기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형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선을 중심으로 조선은 잘하고 있지만, 해양 부문에서 성과를 계속 못 보여주면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 해양 산업 경쟁력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주가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 탓에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1일 장마감 동시호가에서 109만주가 순매수된 것을 두고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투자자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수주 결과가 이미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11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설까지 나왔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로즈뱅크의 FPSO 수주전의 최종 결과는 추석 이후인 9월 말에서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