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 연휴는 극장가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즌이다. 그 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대작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다. 최근에는 은행권도 추석 박스오피스(영화 흥행) 성적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이 다양한 국내 영화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한국 영화 4편 중 3편에 은행들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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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안시성'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이 간접투자했다. 영화배우 조인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안시성은 총 제작비만 200억원이 넘게 투입된 대작으로 5000명의 안시성 군사가 20만 당나라 대군을 물리치는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다뤘다.

우리은행은 120억원 규모의 '컴퍼니케이한국영화투자조합'에 3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 투자조합이 안시성에 총 6억원을 투자했다. 우리은행의 투자금은 1억5000만원이다. 신한은행도 70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에 50억원을 투자했고 이 펀드가 안시성에 2억원을 넣었다. 신한은행의 투자금은 1억4000만원 가량이다. 기업은행은 5~6개 투자조합을 통해 안시성에 약 13억원을 간접투자했다.

기업은행은 영화배우 조승우, 지성 등이 출연한 '명당'과 손예진, 현빈 주연의 '협상'에 각각 5억원과 3억원을 직접투자했다. 각각 제작비 120억원, 100억원이 투입된 두 영화도 지난 19일 개봉했다.

은행들이 영화 투자에 관심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은행들 중 영화, 연극 등 문화 콘텐츠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시리즈 1, 2편이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해 이른바 '쌍천만' 영화로 불리는 신과함께 ‘죄와 벌’, ‘인과 연’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올해 상반기에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탐정2’에 투자해 재미를 봤으며 하반기 개봉 예정인 ‘완벽한 타인’, ‘기묘한 가족’ 등에도 투자했다.

기업은행은 2019년까지 문화콘텐츠산업에 매년 400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 및 중소기업 규모별 자금 수요에 따라 콘텐츠 맞춤형 금융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은 제작사에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제작사가 대출자금으로 투자 지분을 확보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대립군', '신과함께'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에 9억원을 대출해줬고, '강철비'를 제작한 모팩에도 13억원을 대출해줬다. 올해는 '악인전'을 제작하는 BA엔터테인먼트에 4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어 문화콘텐츠도 투자처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는 은행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