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 은행에 제한적으로 은산(銀産) 분리 규제를 완화해주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통과를 당부한 '규제혁신 1호'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위해 세 차례 의원 총회를 열었지만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우상호·우원식 의원 등이 반대해 당론(黨論) 채택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었다.

이날 법안 통과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한도가 현행 4%에서 34%로 높아지게 됐다. 다만 삼성·LG 등 대기업(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시행령을 통해 인터넷 은행 참여가 제한된다.

3개월 후 법이 시행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카카오와 KT는 각 인터넷 은행에 추가로 투자해 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두 은행은 투자가 늘어나면 카카오와 KT가 보유한 IT를 활용해 사회 초년생이나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중(中)금리 대출 활성화와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 개발 등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다만, KT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이 과거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일이 있어 지분을 늘려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는지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게 변수다.

인터넷 은행법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추진하는 제3의 인터넷 은행 설립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키움증권, 인터파크 등이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상가 임대차 보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상가 임차인이 최소 10년간 장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여야는 건물주의 반발을 고려해 5년 이상 장기 임대했을 때 건물주에게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규제 자유 특구 제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역특화발전 특구에 대한 규제 특례법'도 이날 처리됐다. 또 지난 6월 일몰됐던 부실기업 회생(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5년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