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도박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원금의 30%만 남았다는 겁니까!"

"믿고 전 재산을 맡겼는데 깡통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건 사기입니다."

19일 오전 미래에셋운용의 브라질 부동산 펀드 수익자 총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 공군회관 3층. 백발의 노신사에서부터 40대 주부까지 투자자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고층 빌딩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의 만기(2018년 12월)를 연장하기 위해 운용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운용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자, 송곳같이 날 선 질문들이 연거푸 쏟아졌다. 투자자들은 지난 2012년 가입 이후 원금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미래에셋운용의 최창훈 부동산 부문 대표는 "펀드 설정 후 건물값은 20% 가까이 올랐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58% 하락하면서 손해가 커졌다"면서 "이달부터 펀드 관련 비용(연 0.5%)을 일절 받지 않고, 인원 감축과 비용 관리 등을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6년 만에 -70% 수익률

지난 2012년 2월 미래에셋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랜드마크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부동산 펀드를 출시하면서 개인에게 8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등을 앞두고 브라질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2100여 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매달 임대료를 받아 분배금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만기 시점엔 건물을 팔아 매매 차익을 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유가 등 원자재 시장 하락과 정치 불안이 겹치면서 브라질 경기가 악화됐다. 펀드의 순자산은 191억원까지 줄어들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찢어 놓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6년 전에 그냥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놨다면 이자만 최소 600만원"이라며 "손실폭이 10~20%면 몰라도 70%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설정 당시 브라질 환율은 헤알당 640원이었는데, 지금은 270원 근처까지 떨어져 원화 환산 손실이 확대됐다"면서 "건물의 본질 가치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브라질 경기 사이클이 하단에 진입하면서 펀드 성과가 부진해진 것이므로, 당장 손실을 확정짓기보다는 3년 정도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고 보고 수익자 총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도 발 동동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들이 보는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인 BB-다. 채권 시장에서 BB- 등급은 투자할 가치가 없는 정크(쓰레기)로 간주된다. 브라질 관련 자산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는 얘기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은 정치·경제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

공공부채 부담 때문에 연금·재정 등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인데, 판세를 확실하게 주도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파나 중도파가 당선되면 브라질 자산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노동자당 등 좌파가 집권하게 되면 자산 가격 급락이 예상된다"면서 "선거 때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결선 투표 전후로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지난 13일 헤알화 가치는 달러당 4.196헤알에 마감되면서 2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방송인 CNBC는 최근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달 빠져나간 자금이 7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로 추정된다"면서 "시장 친화적인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브라질 자산을 팔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 판매 중인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브라질 펀드의 올해 수익률이 -16.6%로 꼴찌다. 대형 증권사 7곳에서만 7조원 넘게 팔린 브라질 국채는 채권값 하락과 환율 급락으로 올해에만 26% 넘게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