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한국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국내 주요 IT(정보기술) 제조 업체들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에어컨,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중 일부를 중국에서 생산하므로 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중 약 2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가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판매하는 냉장고 중 대부분은 가격대가 비싼 상냉장·하냉동 방식의 3도어 제품인 프렌치도어 모델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에어컨 중 일부도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가는 물량을 한국·베트남·멕시코 공장으로 옮겨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미국 판매용 냉장고의 약 1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냈던 물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세탁기나 TV는 미국 현지와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세탁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일부 메모리 반도체 모듈(부품덩어리)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 중 미국으로 가는 비중은 10% 미만"이라며 "기존 중국 공장의 물량을 중국 현지와 유럽·일본으로 보내고,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은 한국 공장에서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