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3차 추가 관세의 충격으로 약세 출발했던 한국 증시가 18일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됐던 관세 부과인 만큼 시장의 충격이 덜했고, 대화의 문까지 닫지는 않았다는 점이 반등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대응을 지켜봐야하고,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악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26%(5.97포인트) 오른 2308.98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만 210억원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00억원, 110억원 매도 우위였다.

코스피200선물은 외국인만 8586계약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4366계약, 기관은 4096계약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계약 금액은 6342억원으로 하반기 들어 가장 큰 규모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는 404억원 매수 우위, 비차익 거래는 969억원 매도 우위로 총 5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36%(2.97포인트) 오른 831.85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830선을 되찾았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만 538억원 나홀로 ‘팔자’에 나섰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454억원, 139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 예고된 관세 폭탄에 투자심리 진정

코스피지수는 시작부터 크게 흔들렸다.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차 추가관세 부과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2000억달러(약 22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은 10%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이 소식에 코스피지수는 개장 직후 2287.73까지 내려앉았다.

개인투자자가 매수세를 키우며 지수 하락분을 만회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도가 이어지면서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들어 시장을 지배하던 공포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율 25%대신 10%를 택했고, 애플의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이 부각됐다. 미국 재무부가 여전히 중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중국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은 점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혔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11월 중간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지지율 하락이 뚜렷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깔려 있는 행동"이라며 "11월말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레버리지(지렛대)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해종합지수가 뚜렷한 상승흐름을 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도 상승폭을 키웠다. 하지만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장 후반 들어 다시 매도 우위로 태도를 바꿔 231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 남북정상회담 당일 오히려 하락한 남북경협주

이날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에서는 기계업(1.71%)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의약품업(1.4%)과 철강·금속업(0.85%), 화학업(0.81%) 등도 강세였다.

반면 지난주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건설업(2.02%)과 비금속광물업(1.42%)은 정작 정상회담 시작일인 이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남북경협주로 분류됐던 한국내화(010040)(-10.38%)와 부산산업(011390)(5.68%), 성신양회(004980)(-5.56%), 남광토건(001260)(-4.14%) 등의 부진이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가 이미 고점에 오른 점이 투자자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미국이 대북제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것도 악재였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러시아가 지속해서 대북 제재를 위반한 증거가 있다"며 "제재 위반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헤일리 대사는 대북 제재를 완화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도 비핵화 조치 전까지 대북제재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남북경협을 위해 필요한 대북제재 해제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함께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평양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쏠린 삼성전자(005930)(0.78%)와 SK하이닉스(000660)(1.0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4.32%), LG화학(051910)(3.67%) 등은 전날보다 주가가 올랐다. 반면 셀트리온(068270)현대차(005380)는 각각 0.66%(2000원), 0.39%(500원)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은 셀트리온 주식 4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주 역시 수급으로 성적이 결정됐다. 신라젠(215600)(1.49%)과 CJ ENM(035760)(2.11%), 에이치엘비(2.55%) 등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매수에 나선 종목은 모두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5억원, 88억원 매도한 메디톡스(086900)는 전날보다 2.19%(1만4900원) 하락했다.

◇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 입장 확인 전망…"미국 경기 둔화가 진짜 문제"

비록 증시는 상승 마감에 성공했지만 낙관은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장 오는 19일 하계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 정부가 무역분쟁 관련 강경한 입장을 밝힐 경우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서는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중국 재정장관과 인민은행장 등 많은 인사들이 토론에 참여한다"며 "중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토대로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 정부의 무역분쟁 대응 방향을 분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미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 측면에서 무역분쟁 이슈가 주식시장에서 미치는 파급력, 공포의 강도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이제부터 문제는 안그래도 불안한 글로벌 시장에서, 그나마 경기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마저 무역분쟁으로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