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급등에 이어 이번에는 전세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전세금 상승률이 작년·재작년 가을 이사철의 2~3배 수준이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1개월간 0.57% 올랐다. 작년 9월 상승률은 0.16%, 재작년 9월에는 0.19%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년간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전세금이 최근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고, 특히 상승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올 4월 들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한 이후 6월 말까지 주간(週間) 단위로 단 한 번도 플러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9월 들어서는 2주 연속 0.16%씩 올랐다. 단 일주일 상승 폭이 작년·재작년 9월 한 달 동안 오른 폭과 같다.

체감 상승 폭은 더 가파르다. 강북구 길음뉴타운 8단지 전용면적 84㎡는 6월 전세 시세가 4억90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5억2000만원이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 전세금은 6월 대비 5000만~7000만원 올랐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연말에 이사하려고 전세를 알아보다가 잠깐 한눈판 사이 1억원 가까이 올랐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파트 부족이다. 여기에 정부·서울시가 집값 안정을 위해 묶어놨던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移住) 행렬이 시작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매물 품귀와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매매 시장으로 넘어가야 할 수요가 전세 시장에 눌러앉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전세 시장은 매매와 달리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집값 잡기에만 매몰된 규제 정책이 결과적으로 임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