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로 전세 시장이 술렁이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앞으로 전세보증대출이 어려워지고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나 월세를 올릴 경우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사철을 맞아 지난주(10~14일) 서울 전세가격은 0.09% 상승했다. 역세권이나 학군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전세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DB

서울에서는 송파(0.22%), 성북(0.18%), 양천(0.18%), 종로(0.15%), 서초(0.14%) 등의 순으로 전세가격 오름폭이 컸다. 신도시 전세가격도 위례(0.49%), 평촌(0.16%) 등을 중심으로 0.06% 올랐다.

정부가 세제와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뒤로 불안 심리에 따른 추격 매수가 주춤해지면서 관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책에 따라 다음달부터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집이 한 채뿐인 가구도 부부가 합쳐 연 1억원 이상 벌면 전세 대출을 못 받는다.

강력해진 대출 규제에 앞으로 전세 대출을 받아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는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 발표 후 집을 사기 위해 전세 대출을 받았던 집주인들의 전세보증 연장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율이 과거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다주택자의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올해 대비 최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나면서 임대 사업자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입자에 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동남권 아파트 전세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만 하더라도 불과 얼마 전까지 전세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12월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잠실 일대의 아파트 전세까지 끌어올려, 송파구 전세가격이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잠실 미성·크로바와 진주 아파트가 연내 이주를 앞두고 있는 것도 일대 전세 수요에 한몫하고 있다.

헬리오시티의 전용 84㎡ 전세가격은 지난달 중순 6억원에 거래되고 나서 현재 7억원까지 올랐다. 잠실동 리센츠와 트리지움의 전세가격은 500만~2500만원 정도 올랐다.

가락동 S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의 전세 가격이 한 달 새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올랐다"면서 "한때 5억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6억원대 급매물은 다 빠졌고,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던 집주인들이 최근 전세계약이 끝나고 전세가격을 올려 매물을 다시 내놓고 있는데, 이사철 수요가 붙으면서 전셋값이 강세"라고 말했다.

헬리오시티의 전세 물량이 소화되면서 인근 위례도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 위례 창곡동 위례센트럴푸르지오 전용 101㎡의 전세는 지난달 5억8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올랐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주변 전세 물량이 부족해 연말까지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면서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초구 반포우성,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등의 이주로 강남권 일대 전세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서초구 신반포3차, 반포 경남 등이 이주에 나서면서 서초구와 인근 동작구의 전세가격은 각각 1.03%, 0.68% 올랐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현재는 계절적 요인과 재건축·재개발 이주로 전세가격이 국지적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주택 공급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세입자들로선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