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4~5년 전만 해도 짝퉁으로 여겨졌던 중국 업체들이 판매량뿐만 아니라, 수익 규모에서도 삼성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인 애플과 중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홍콩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가 발표한 '2분기 스마트폰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빅4' 제조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총 20억달러(약 2조240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600여 곳이 벌어들인 총수익의 20%였다. 애플이 62%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는 17%였다. 애플·삼성과 중국 4개 업체가 전체 이익의 99%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은 2년 전만 해도 수익 면에서는 삼성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애플(62.8%)과 삼성(28.8%)이 세계 수익의 91.6%를 차지했고 중국 빅4는 나머지 7.9%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당시만 해도 "중국 업체들은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과 일부 선진국에서 저가 제품 판매에 몰두하고 있으며 당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연간 억(億)대 판매량을 갖춘 중국 업체들은 연이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삼성의 주력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1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시장에서 애플의 아성은 꿈쩍도 안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50만~100만원대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쫓기고 있다"면서 "애플·중국의 위아래 압박 속에서 올해 신작 갤럭시9까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삼성이 뚫고 나가기 쉽지 않은 처지"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유럽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공략하는 양동 작전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올 2분기에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빅4의 판매량은 무려 1억4340만대에 달했다. 삼성전자(7150만대)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게다가 삼성 판매량이 전년보다 1.7% 줄어든 반면 중국 업체들은 꾸준히 증가하며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은 삼성보다 한발 앞선 신기능 스마트폰까지 연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 비보가 지난 6월 선보인 '넥스(Nex)'는 60만~80만원의 가격에도 출시된 직후 곧바로 중국 시장 판매 1위로 올라섰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지문 인식이 된다. 또 전면 카메라를 없앤 대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카메라가 위로 튀어나오는 방식을 채택해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극대화했다.

화웨이는 지난 3월 900유로(약 117만원)짜리 P2O프로 출시로 삼성의 아성이었던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후면에 렌즈 3개를 결합한 '트리플 카메라' 기능을 탑재했다. 이달 초 화웨이의 스마트폰 담당 리처드 우 사장은 "내년 4분기에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도 최근 선보인 신작 아이폰 3종에서 삼성 견제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XS맥스에 6.5인치의 대화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탑재해 대화면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정조준한 것이다.

이 제품은 갤노트9(6.4인치)보다 화면이 크다. 여기에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은 6.1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탑재해 가격을 낮춘 700달러대에 내놨다. 삼성이 70만~80만원대 시장을 쉽게 가져가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최근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4분기 애플이 신작 3종 효과를 등에 업고 아이폰 7910만대를 판매해 삼성전자(7320만대)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