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에 대한 민·관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늘어나지 않으면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게 될 겁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 공유 빌딩 회의실에서 만난 문전일(58·사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로봇 산업은 전통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원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기계항공공학 박사를 취득한 뒤 LG산전 중앙연구소장, 호서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를 거쳐 올 1월 공모를 통해 로봇산업진흥원장에 취임했다.

문 원장은 LG산전 시절 국내 산업용 로봇 분야를 개척했던 이 분야의 '1세대'이다. 문 원장은 "1988년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 들어가는 '스카라 로봇'을 개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당시 우리나라도 로봇 분야에서 기술적 자립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말했다.

로봇산업진흥원은 로봇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이다. 진흥원은 로봇 산업 관련 정책 수립, 기업 지원, 수출 진흥 등을 맡고 있다. 정부 지원 200억원과 자체 수탁 사업, 기업에 대한 지원금 집행 등 연간 예산은 300억원 정도다.

문 원장은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에 대한 지원액은 경쟁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로봇 신전략 추진에 294억엔(2937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민간 로봇 투자 프로그램(SPARC)'에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28억 유로(3조6500억원)를 퍼붓고 있다. 중국은 관련 예산을 공개하지 않지만, '중국제조 2025'에 로봇 산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이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문 원장은 "한국 로봇 산업은 현재 샌드위치와 같은 상태에 있다"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력이 85% 수준에 머물러 있고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내수 시장이 광대하다. 국내 로봇 산업은 제조·설계·소프트웨어(SW)·부품 기업 등 총 2100개 기업이 있다. 이 중 현대중공업, LG전자, 한화, 두산 등을 제외하면 전체의 97%가 중소기업이어서 자체 기술개발 역량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로봇산업은 공장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경쟁력 분야를 좌우하는 필수 부문이다. 문 원장은 "임금 수준이 높아진 우리 제조업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로봇 도입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로봇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소재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 분야에선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문 원장은 "규제철폐가 안되면 고부가가치 산업인 서비스 로봇 발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