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카(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로 인기를 누렸던 경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가 지난 7월(1만1068대)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하는 등 20개월째 감소했다.

올해 1~7월 판매량은 7만3177대로 작년 같은 기간(8만1864대)보다 10.6% 줄었다. 연 판매량은 2012년 2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3만 대로 떨어졌다. 소득 수준 향상, 소형 SUV라는 강력한 대체 모델 등장, 신차 개발 정체 등이 맞물리면서 경차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소형 SUV 등장으로 큰 타격

국내법상 경차는 배기량 1000㏄ 이하의 차로 국내 대표 경차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의 3개다. 판매량은 모닝, 스파크, 레이 순으로 많은데 지난 상반기 신차 효과를 누린 레이를 제외하면 2개 대표 경차가 모두 판매량이 10~30% 급감했다.

업계에선 소득 수준이 높아진 데다 소형 SUV라는 강력한 대체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차의 인기가 시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 등 최근 출시된 소형 SUV는 2000만원 안팎의 가격에 넓은 적재 공간과 뛰어난 연비 등으로 경차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3년 1만1998대에 그쳤던 소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 14만7429대로 뛰었다. 4년 사이 12.3배로 성장한 것이다. 엑센트·아반떼로 대표되는 소형·준중형 세단의 인기도 함께 시들고, 세단 내에서는 쏘나타 대신 그랜저 등 준대형 세단이 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경차 가격이 1000만원 이하였을 땐 특정 수요층이 공고했지만, 최근 각종 옵션을 더하면 1200만원을 훌쩍 넘고 1500만원까지 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또 1000㏄ 이하의 엔진 성능은 기술이 개발돼도 한계가 있는 데다, 연비가 L당 12~15㎞ 수준으로 하이브리드 차보다 좋지 않아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기업도 경차 홀대

정부와 기업의 경차에 대한 홀대도 한 이유로 지목된다. 정부는 경차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지난 10여 년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경차는 각종 세제상 혜택, 주차·통행료 할인과 뛰어난 연비 등이 장점이었지만, 최근 나온 중소형 하이브리드·전기차도 비슷한 장점을 갖고 있어 경차의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며 자동차 구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경차는 이미 세금 혜택이 크다며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들 역시 "경차는 만들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신차 개발, 품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경차 생산을 하지 않고 있고, 기아차는 중소기업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좁은 땅과 환경 등을 생각한다면, 국내 경차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경차 비중은 6~7% 수준으로 50%인 유럽, 37%인 일본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본은 경차에도 첨단 기술이 탑재돼 있고 튜닝도 활성화돼 있는 데다 차종이 40 개가 넘는다"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차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