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14일, 은행 창구엔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문의가 빗발쳤다. A은행 관계자는 "마포 등 최근 주택 매매가 비교적 잦았던 지역 위주로 문의가 많았다"며 "부동산 거래를 준비 중이었는데 대출이 막히게 될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대출을 규제하는 ‘9·13 부동산 안정 대책’이 시행된 첫날인 14일, 각 은행 지점에는 달라진 정책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일선 은행 지점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집 있는 사람이 주택을 더 사려고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았는데, 은행 등 금융회사는 주택 보유 여부를 자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대출 금지 대상자를 가리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기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이 대출금을 주택 추가 구매에 쓰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받고 3개월마다 한 번씩 그 대출자가 집을 추가로 샀는지 추적해야 한다. 돈에 꼬리표도 없는데 대출자가 원래 목적대로 돈을 잘 쓰고 있는지를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B은행의 한 지점장은 "은행이 누가 집 몇 채를 가졌는지, 대출받은 다음 '바로 그 돈'으로 집을 더 샀는지 우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국토부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본점의 세부 지침이 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권 실무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열었는데, 질의·응답이 길어져 7시간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은행 시스템으로는 대출자가 집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소관 부처인 국토부는 급한 대로 아파트 분양 등에 쓰였던 주택 소유 시스템(HOMS)을 활용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되도록 이달 중엔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HOMS는 은행 직원이 신용 등급처럼 직접 내용을 조회할 수는 없고, 국토부에 의뢰한 후 답변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C은행 관계자는 "대출 신청을 받은 후 국토부 답변을 기다리거나 대출 신청자에게 납세 증명서 같은 서류를 떼 오라고 해야 할 텐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만들어질 때까지 대출 업무가 지연되고 금융 소비자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때문에 당분간 은행 창구에선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