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오전 김수현〈사진〉 청와대 사회수석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나타났다. 김 수석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만나 준비해온 부동산 대책 초안(草案)을 상세히 설명하며 김 의장 의견을 들었다. 김 수석이 돌아간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청와대 호출을 받았다. 부동산 대책 회의 소집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재부와 국토부 등 주무 부처엔 비상이 걸렸다. 한 공무원은 "대책 초안을 밤새 싹 다 갈아엎었다"고 했다. 중요 사안은 세부 내용까지 청와대의 'OK 사인'이 난 다음에야 확정됐다. 국토부 핵심 간부들도 발표 때까지 기재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발표 전까지 이번 대책의 전체 그림을 다 아는 사람은 사실상 김 수석뿐이었다"며 "그가 이번 대책을 직접, 그리고 완전하게 주도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통한다. 20대엔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을 했고, 30대에는 빈곤 연구로 유명한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가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맡으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다. 정권이 바뀐 뒤에는 세종대 교수로 돌아갔다. 2014년부터는 서울시 정책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의 원장 자리를 맡아 서울형 도시 재생 등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 정책을 지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아 주택 분야 간판 공약인 '도시 재생 뉴딜사업'과 임대주택 확대 등의 밑그림을 그렸다. 작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다시 청와대에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 수석이 8·2 대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직접 지휘봉을 잡은 것 같다"며 "하지만 대책이 실패할 경우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