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A(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 2018 전시장. 삼성전자·노키아·버라이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 있는 사우스홀 전시관은 거대한 '5G(5세대 이동통신) 경연장'이었다. 각 기업들은 내년 초로 다가온 5G 상용화에 맞춰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홀로그램(입체 영상), 자율주행차 등 첨단 서비스를 앞다퉈 공개했다.

현재의 4세대 통신(LTE)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G 통신 시대가 목전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라(Imagine a Better Future)'라는 주제로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마츠 그란리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은 개막 기조연설에서 "2025년이면 전 세계 13억명이 5G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5G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VR·자율주행차가 5G 핵심 서비스

전시장 입구에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차린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장비와 자회사인 하만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교통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자동차와 도로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이용한 교통 시스템이 도시 전체의 교통을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꿀지 보여주는 동영상도 상영했다. 수많은 센서에서 나온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개별 차량을 제어하는 과정이 5G 통신망을 통해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이다. 삼성전자 북미 총괄팀 벡스터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이미 5G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공급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자사의 5G 장비와 시스템을 이용한 스마트 빌딩과 대형 공연장 운영 시스템을 시연했다. '모빌리티'라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의 유선 통신망 없이 5G 무선망으로만 초대형 시설의 에너지와 운영 시스템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노키아 관계자는 "사람의 이동 경로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빌딩의 조명이나 기기를 끄거나 켜면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면서 진정한 스마트 빌딩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프린트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만 HTC와 함께 VR을 이용한 스포츠 실시간 중계 시스템을 선보였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축구와 프로레슬링 등 각종 중계가 실제 경기장에서 보는 것처럼 입체감 있게 나타났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홀로그램(입체 영상)을 이용한 5G 화상통화를 시연했다. 입체 영상을 디스플레이가 아닌 공중에 구현하는 홀로그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선 통신망으로도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버라이즌은 5G 통신망을 이용해 전시장 양쪽 끝에 설치한 부스에서 홀로그램 화상통화를 구현했다. 국내 통신 업체 중 유일하게 전시관을 꾸민 KT도 유명 비디오게임인 메탈슬러그를 VR로 제작해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 놓고 치열한 신경전

5G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기업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버라이즌은 MWCA 행사를 하루 앞둔 11일 "오는 10월부터 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LA 등에서 가정용 5G 서비스인 '5G홈'을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특정 지역 안에서만 무선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현재의 와이파이와 비슷한 기술이다. 버라이즌 입장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5G 통신은 아니더라도 5G 기술을 이용한 첫 서비스를 상용화했다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다.

미국 2위 통신업체인 AT&T도 반격에 나섰다. AT&T는 12일 연말까지 미국 주요 도시에 5G 통신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T모바일도 이날 35억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에릭슨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5G는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인 만큼 통신 업체 입장에서는 최초 타이틀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며 "5G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