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을 쪼여 2차원 반도체의 전기 전도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극초소형 컴퓨터와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데 핵심인 2차원 반도체로 구성된 ‘단일 집적 회로’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 2차원 반도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조문호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에 빛을 쪼이면 ‘도핑’이 되는 레이저 도핑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도핑이란 순수 반도체 물질에 불순물을 넣어 반도체 전도율을 높이는 공정이다. 연구결과는 전자 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tron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2) 기반 원자층 2차원 반도체 소자의 금 전극 위에 가시광선 영역(초록색)의 레이저를 조사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

2차원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둘둘 말리는 전자기기나 사물인터넷(IoT) 부품, 극초소형 컴퓨터를 구현하는 데 핵심 소재다. 그러나 전도도 성능이 안정적인 고성능 회로를 만드는 도핑 기술이 없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보통 반도체 도핑은 액체나 기체 상태의 이온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자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정공이 많은 p형 반도체 형태로 도핑된다. 하지만 원자 두께로 얇은 2차원 반도체에 이같은 방식을 적용할 경우 소재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 또 도핑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기도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서승영(사진) 연구원(포스텍 신소재공학과)은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주입하지 않고도 빛(가시광선)을 쪼여 원자층 2차원 반도체 트랜지스터 소자의 p형 반도체 도핑에 성공했다. 전자가 많은 n형 반도체에 초록색 레이저 빛을 수초 동안 쪼이는 방식을 이용했다.

레이저가 조사된 반도체 표면과 내부에는 국소적인 원자 결함이 생기고, 이 결함이 생긴 공간으로 공기 중 산소로부터 정공이 주입돼 정공이 많은 p형 반도체로 도핑된 것이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쪼이는 시간을 조절해 도핑 농도를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도핑 농도 조절로 만들어진 정공의 농도에 따라 반도체 소자 전기 전도도는 최대 10만배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또 이번에 개발한 도핑 공정을 이용해 다양한 2차원 반도체 회로를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리콘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2차원 반도체 소재 이텔루륨화몰리브덴 화합물에 레이저 도핑을 적용해 양극성 접합 트랜지스터와 광전압 변환기 등을 구현했다.

조문호 IBS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반도체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가 차세대 반도체 회로 응용 기술로 발전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기초과학에서 응용기술로 이어지는 연구는 미래 혁신 기술 개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