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등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지원 거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 리스트와 거래 상세 내역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겨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18곳을 상대로 최근 5개년 간 이뤄진 기업 관련 TRS 거래 내역을 검사한 결과 총 17곳이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RS는 총수익 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 매수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거래다. 기업들은 순환출자 해소,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TRS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당장 현금 지출 없이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사용된다. 반면 채무보증과 비슷한 효과가 있어 공정거래법을 우회적으로 피해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지원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금감원이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한 것도 증권사가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지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공정위가 효성(004800)이 TRS를 이용해 조현준 회장의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조 회장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이 거래를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중개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TRS 법규 위반 사항 중 10여개 기업집단 그룹과 관련해 30여건의 자금 지원 및 주식 취득 건이 발견됐다"며 "해당 거래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것을 공정위에 자세하게 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에 따르면 총 12개 증권사가 44건의 TRS를 매매·중개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거래 상대방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는 장외파생상품의 매매·중개를 할 때 상대방이 일반투자자인 경우에는 일반투자자의 거래 목적이 위험 회피여야 하는데 이들은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TRS를 매매·중개했다. 특히 자금조달을 원하는 일반투자자와 SPC(특수목적회사) 간 이뤄지는 TRS에서는 증권사가 금융자문, 자금조달 구조 설계, 거래조건 협의 등을 통해 사실상 중개 역할을 했다.

또 4개 증권사는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인가받지 않았음에도 14건의 TRS를 중개했다. 13개 증권사는 최근 5년 동안 총 39건의 보고 의무가 있는 장외파생상품의 월별 거래내역을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5개년 간 발생한 TRS 관련 규정 위반 사례는 총 97건이었다. 이중에서 KB증권의 위반 건수는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10건), 미래에셋대우(9건), 하나금융투자(8건), 신한금융투자(8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제공

증권사가 위법한 TRS 매매·중개를 통해 거래된 자금은 정산 계약 총액 기준 5조~6조원 규모에 이른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수 백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이번 위반사항이 그 동안 금융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해당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법규위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발생된 점을 감안해 조치수준을 정할 예정"이라며 "조치 수위는 중징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