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이 한 주에 최대 16시간이나 줄었지만 공기(工期)는 그대로다. 내년 10월 아파트 입주일을 맞추려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공사비는 어떡하나."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A건설사 사장은 "갑자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요즘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주52시간 근로 시행 이후 두 달 반 동안 건설·조선·방송·IT 등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력 운용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호소했다. 주 52시간 적용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업계 한 참석자는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찍으려면 주 110시간 촬영해야 하는데 52시간은 꿈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드라마 촬영 시간이 제한받으면 제작 편수가 줄게 되고, 스태프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삶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산업 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특례업종을 늘리거나 유연근무제 확대 등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정석주 한국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조선업은 고숙련 기술자의 집중업무가 필요한 해상 시운전, 해양 플랜트사업 등 일부 직무에 근로시간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 최종 단계인 선박 시운전 직종은 해상에 수개월 머물면서 성능이나 기능을 최종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준형 대한건설협회 본부장도 "법 시행 전에 착수한 건설공사만이라도 종전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며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안전사고나 부실시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의 연착륙을 위해 일감이 몰릴 때 주 52시간을 초과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적용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적근로제 계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