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의 에너지 회사들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원유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시추량을 늘렸지만, 막상 그것을 운반할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는 최악의 경우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시추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닥칠까봐 안절부절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건설 인부를 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경기 호황으로 건설 붐이 불고 있는 이 지역에선 작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일마'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도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좀처럼 인부를 구할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미국 전역에 일손 부족 현상이 확산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일손이 부족해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는 7일 지난달 실업률이 3.9%라고 발표했다.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3%대 실업률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를 의미한다.

구직자에겐 희소식인 반면, 고용자 입장에선 '직원 모시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미국 기업들은 각종 '당근'으로 구직자를 유혹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6월 하루 1달러만 등록금을 내면 온라인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본사와 자회사에서 90일 이상 근무한 직원이 매일 1달러씩만 내면 회사가 대학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직장을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이 이처럼 완전 고용을 넘어 구인난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 영향이 크다.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개인 소득세율도 39.6%에서 37%로 인하했다. 또 미국에 더 많은 제조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친화 정책과 이로 인한 기대 심리에 힘입어 기업들은 투자를 늘렸고, 그 결과 일자리가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에서도 '고용 훈풍'이 불고 있다.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두드러지게 고용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영국은 올해 2분기 실업률이 4%로 떨어져 분기 단위로는 1975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았다. 2012년 2분기만 하더라도 영국 실업률은 8% 수준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낮아져 6년 만에 절반 수준이 됐다. BBC는 "올해 들어 완전 고용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는 경쟁이 붙어 임금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영국보다 고용 시장이 더 좋다. 지난 6월 실업률이 3.4%로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만 하더라도 11.2%에 달했지만 이후 7%(2010년), 4.6%(2015년) 식으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유럽 전체를 따져도 마찬가지다. 경기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6월 기준으로 최근 1년 사이 유로존(유로화 쓰는 19개국) 실업률은 9%에서 8.3%로 떨어졌다.

유럽의 고용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며 회복 흐름세를 탔기 때문이다. 또 해고에 대한 부담이 적어 기업들이 실적이 호전되는 대로 고용을 늘리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의 충격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계속 유지되는 것도 고용 시장이 순항하는 이유라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등으로 인해 경기가 개선된 일본도 7월 실업률이 2.5%로 떨어졌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가 1.63개에 달할 정도로 고용이 안정된 상황이다.

☞실업률 통계 기준

실업률은 만 15세 이상이면서 취업 의사를 갖고 있는 사람(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이다. 실업자는 ①현재 일을 하지 않지만 ②일이 주어지면 당장 할 수 있고 ③최근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의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9개 회원국 중 8번째로 낮은 수준(2분기 기준)이다. 인구 고령화로 구직자 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고,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 여성의 구직이 적기 때문이다. 공무원시험이나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입사지원서를 내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