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고용 대란, 구직난 속에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도 많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중소기업 정규직과 아르바이트의 수입 격차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려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40~50명을 채용하던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는 올해는 20명도 못 뽑아 세 번째 채용공고를 냈다. 이 회사 윤모 대표는 "연봉이 3500만원 정도 되지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청년수당 등이 많아져서 중소기업에 입사하지 않고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겠다는 젊은이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제조업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충북의 한 제약회사 대표는 "올 들어서 3명의 직원이 그만두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최저임금도 오르고 실업수당도 높아지니 한창 일해야 할 직원들이 아르바이트나 할 생각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造船),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금형, 도금, 주물 등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업황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천의 한 도금업체 대표는 "자동차는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가전업체들은 다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니 우리로서는 죽을 맛"이라고 했다. 중소 제조업체의 구인난과 구직난이 맞물리면서 고용 대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5000명 줄어들었다. 반면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공공행정 및 국방, 사회보장행정(2만8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4만4000명) 등의 취업자 수는 늘었다. 사상 최대 규모 채용에 나선 정부·공기업이 취업준비생 상당수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취업 컨설팅업체 에이원패스의 양광모 대표는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면 중견·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공무원·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