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올해 임단협 협상을 끝낸 지 불과 5개월 만에 법인분리와 관련해 사측에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노조가 법인분리 반대를 이유로 파업 수순을 밟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현재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를 담당하는 2개의 법인으로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R&D를 담당할 신설법인에는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관련 부서가 포함된다.

12일 한국GM 노조는 "한국GM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는 단일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합당하고 유리하다"며 "법인분리 획책에 대해 모든 투쟁을 통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0일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발송했다.
요구안에는 ▲GM의 연구개발 기능 핵심기지역할 확약 ▲신차종 배치 ▲완성차 수입판매 금지▲부평 창원공장 비정규직 정규직화▲무급휴직자 생계비 대책 마련 등이 담겼다.

지난 2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GM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중 무급휴직자 생계비의 경우 6개월은 정부가 지원하고, 30개월은 회사와 노조가 반반씩 225만원을 지원하기로 지난 4월 임단협 과정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 지원비는 조합원들이 매달 3만~4만원을 갹출해야하는 만큼 조합원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이 갹출하지 않으면, 노조 운영자금에서 무급휴직자 생계비를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별단체교섭에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다음달 10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 노동조합 입장을 전달하고, 국회 차원에서 한국GM의 법인분리 대응에 맞설 예정이다.

회사 측은 신설법인 설립이 절대로 한국GM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GM이 한국GM에 7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신차 배정으로 향후 10년간 생산설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산업은행이 GM의 한국시장 철수를 막는 비토권도 그대로 유지돼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가능성 성장을 위해 법인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미 한국에서 10년간 생산설비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만큼 시장 철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결국 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교섭 결렬 선언→중앙노동위원회 조정→파업찬반투표→파업이라는 절차를 밟을 것이란 얘기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단체교섭 여파로 임금이 매달 10%가량 감소하면서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조합원비를 아끼려고 조합을 탈퇴하는 직원들도 속출하고 있어, 노조도 회사 측에 교섭안과 관련해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지난달 수출에서 전년 동월비 49.80%나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내수는 지난해보다 26.10% 하락했고 수출은 49.80% 감소했다. 특히 회생 이후 출시한 신차 중형SUV 이쿼녹스는 97대가 판매되며 부진한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