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통화정책 대응, 선제적이기보다 신축적이어야"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2일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고 실물 경제가 잠재성장 경로에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정(인상)은 필요하지만, 금리 조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 위원은 또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하지만 아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정도로 현재화된 위험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금융건전성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적정하다"라고도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유지하고 있다.

신 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금리 조정을 고려할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과 8월 금통위 내에서 한미금리 역전 장기화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을 우려하며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제기됐지만,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시기는 아니라는 의미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고 실물 경제가 잠재성장 경로에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정(인상)은 필요하지만, 금리 조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다른 경제 지표보다 ‘물가 흐름’에 특히 유의해야 할 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잠재성장궤도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보이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안도 현재화된 위험이 아닌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유독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5년(2013~2017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은 1.24%로, 한은의 정책 목표(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 이전 5개년 평균 3.3%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신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특이 현상"이라며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기대물가상승률이 다소 하락하는 가운데 GDP갭, 즉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흔히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물가 경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명제는 1970~80년대 고(高)인플레이션 상황을 반영한 명제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같이 인플레이션 저속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 위원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해 한은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를 근거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