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고객은 괌·사이판에서 국내에서 쓰던 요금제 데이터를 로밍 요금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일곱번째 고객가치혁신으로 괌·사이판 전용 서비스 ‘T괌·사이판패스’를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정식 출시는 19일이다. 하지만 괌·사이판을 방문하는 고객들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 모든 고객들을 위한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 고객은 괌·사이판에서도 국내에서 쓰던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쓸 수 있게 됐다.

T괌·사이판패스는 괌·사이판에서 국내 요금 수준으로 데이터·음성 서비스를 이용하고 멤버십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지에서 데이터·문자 사용시 별도 로밍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SK텔레콤은 T괌·사이판패스 패스 출시 기념으로 9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괌·사이판을 방문하는 모든 SK텔레콤 고객에게 매일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무료 제공한다. 데이터 소진시 400킬로비피에스(K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괌·사이판 방문시 자동 적용된다.

프로모션이 종료된 후부터는 국내에서 이용 중인 요금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괌·사이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T플랜 ‘라지’에 가입한 이용자는 데이터 제공량 100GB를 괌·사이판에서도 쓸 수 있는 식이다. SK텔레콤 측은 "데이터 속도의 경우 국내보다는 느리지만 최적화 작업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는 올린 상태이며 꾸준히 최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족공유, 선물하기, 리필하기 같은 타인에게 받은 데이터는 2019년 초부터 괌·사이판에서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괌·사이판에서의 음성·문자 혜택도 있다. 음성통화는 매일 3분 무료 제공되며 이후부터는 국내 요금(1초당 1.98원)이 적용된다. 문자는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홍승진 SK텔레콤 이동통신사업지원그룹 프로젝트리더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익이 줄어들지만 고객들이 부담되는 로밍 요금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서비스를 어렵게 내게 됐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 중인 홍승진 SK텔레콤 이동통신사업지원그룹 프로젝트리더.

괌·사이판의 식당 같은 곳에서도 멤버십 할인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할인 관련 정보를 공항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광고·인쇄물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이같은 혜택 제공은 SK텔레콤이 괌·사이판 통신사 ‘IT&E’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6월 양사간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사이판 통신 시장 1위인 IT&E는 괌·사이판 전체 기준으로는 3대 통신사 중 하나다. 1대 주주는 지주 회사인 ‘시타델 퍼시픽’ 그룹이다.

서성원 SK텔레콤 이동통신망사업부장은 "SK텔레콤 고객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개편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월 언급한 ‘8대 혁신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요금제나 멤버십 같은 분야에서 ‘고객 가치’를 위한 개편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략적 사업으로 인해 나온 결과를 고객을 위한 혁신처럼 설명했다는 것에 대해 지적이 나온다. 이미 SK텔레콤은 2001년 베트남, 2005년 미국, 2006년 중국, 2008년 중국, 2010년 미국 같은 곳에서 해외 사업을 도전해왔다. 괌·사이판 사업도 그 일환이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꾸준히 해외사업을 도전해왔다"며 "해외사업을 도전해서 나온 결과 중 하나를 마치 고객을 위해 혁신했다는 투로 설명하는 건 고객에게는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괌·사이판을 방문한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기 때문에 전체 고객을 위한 혁신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를 보면 괌·사이판은 한국인이 10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별도 로밍 요금 없이 국내에서 사용하던 요금제를 해외에서도 쓸 수 있는 건 매우 큰 혜택이다"며 "하지만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원 SK텔레콤 로밍사업팀장은 "국내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최초다"며 "국가마다 고객들의 트래픽이나 숫자가 다르고 거기에 따른 대가도 다 다르다. 일률적으로 적용이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와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