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고용 엔진...청년, 30대, 40대, 50대 일자리 모두 줄어
실업자수 청년실업률,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40조원 이상의 일자리 재정을 퍼부었음에도 재난 수준의 고용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경기침체와 함께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생산인구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강변해 왔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증가수는 고작 3000명에 불과했고 실업자수는 113만명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만 15~29세)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계를 떠받이는 가장인 40대 취업자수 감소폭은 15만8000명으로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27년 4개월만에 가장 컸다. 고용시장의 엔진이 멈춰선 셈이다.

정부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전날 "인구구조 변화로만 고용 악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에둘러 인정한데 이어 통계청 관계자도 이날 "인구 요인만으로 취업자수가 전체적으로 둔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 고졸 실업률 9년만에 ‘최고’...10~20대 알바, 40대 일자리 동시 급감

8월 고졸 실업률은 4.6%로 같은 달 기준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침체와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침체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10~20대 아르바이트 자리는 물론 40대 가장들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급감했다. 한 집안의 아들과 딸, 엄마와 아빠의 일자리가 대폭 사라진 것이다. 대학 졸업 전 학생들과 40대의 약 40%인 고졸 구직자는 모두 ‘고졸 실업률’에 포함된다.

① ‘최저임금 직격탄’ 자영업자 침체 알바 자리도 줄어

우선 자영업 침체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8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수 감소폭은 전년 대비 12만3000명으로 지난 2016년 3월(-15만2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숙박 음식점업(-7만9000명)과 사업시설 관리업(-11만7000명) 취업자의 경우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4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8월 실업자수가 113만3000명으로 같은달 기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6만4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데 자영업 침체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같은 자영업 침체는 8월 방학을 맞아 늘어난 대학 재학생의 알바 공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과당경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알바를 채용할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8월 청년 실업률이 10.0%로 외환위기 이후 같은달 기준 최고치로 치솟은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임금을 안줘도 되는 가족을 동원했다. 8월 자영업자의 무급 가족 종사자 증가폭은 1만6000명으로 2014년 2월(4만6000명) 이후 가장 컸다.

빈현준 통계청 과장은 "8월은 계절상 학생들의 방학이 있어 대학 재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수요가 많은데 도소매·음식 숙박업 등의 일자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주지 못해 미스 매치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② 40대 일자리 최악...자영업+전통 제조업 부진 여파

8월 연령별 취업자수 증감폭을 보면 10~20대(15~29세)는 -4만명, 30대(30~39세)는 -7만8000명, 40대는 -15만8000명, 50대(50~59세)는 5000명, 60세 이상은 27만4000명을 기록했다. 연령별로 40대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27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40대 일자리 급감은 자영업과 전통 제조업 침체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전체 도소매업 일자리에서 40대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0대는 자동차·조선 인력 구조조정에서도 최대의 피해 연령층으로 꼽힌다. 8월 제조업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10만5000명 줄면서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10만명대의 감소폭을 보였다.

빈 과장은 "대학생들의 알바 자리가 줄고, 40대 구직자의 40%가 고졸이라는 점이 고졸 실업률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구구조 변화 때문? 설득력 잃은 정부...실업대란 고용률 하락 설명 안돼

정부는 그동안 고용 악화에 대해 인구 구조 변화와 경기 악화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악영향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 참사가 이어지면서 정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고용쇼크 통계가 나올 때마다 생산인구 감소 때문에 취업자 증가수가 부진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취업자 증가수보다 고용률이 고용시장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업자수가 113만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생산인구감소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자발적 실업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업자수는 무려 8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수가 이처럼 장기간 100만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간 이후 18년만이다.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고용률(15~64세)도 8월 66.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은 생산가능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는 반면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를 모두 포함한다. 결국 8월 실업률이 오르고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증거다.

8월 실업률은 4.0%로 전년동기대비 0.4%포인트 뛰었다. 특히 명절 등 매월 고유의 변동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실업률은 4.2%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에 대해선 명확한 대답을 꺼리는 분위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취업자수 급감을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인정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대해선 지표상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8월 고용 악화에 대해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며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만 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의 고용 참사 원인에 대해 "인구 구조 변화, 경기 상황만으로는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전날 KDI 분석에 대해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으나 제가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KDI 문제 대해서도 8월 고용동향에 대한 제 말씀으로 갈음해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