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정책 기대감 속에 최근 중국 건설·부동산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완화정책이 과거와는 차이가 있어 상승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을 내놨다.

◇ 中 인프라 투자 ‘1조원’ 폭탄...모처럼 단비 내린 건설·부동산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화기업은 지난 7월 11일 연저점 4.07위안을 기록한 뒤 두 달만인 지난 11일까지 26.5%(1.08위안) 올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 관련 기업 주해화발실업(600325)은 10.2%(0.63위안), 크레드(CRED·600890)는 18.1%(1.37위안) 올랐다. 건설종목인 커리다건축(603828)이나 중국철도건설(601800)도 각각 16.9%(1.12위안), 23.0%(1.88위안)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근까지도 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1일 0.18%(4.68포인트) 내리며 2664.8까지 떨어졌다. 중국 증시가 폭락했던 2016년 1월 이후 최저점이다.

중국 건설·부동산주들의 상승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정부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월까지 특별자금 1조원을 추가 투입해 총 채권 1조3500억위안(약 221조원)을 지방정부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데 쓰는 것이 핵심이다. 환경보호나 교통, 에너지 사업 등 투자 회수가 확실한 프로젝트에 민간자본이 지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을 목표로 긴축에 나서던 중국 정부가 완화기조로 돌아선다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내 건설 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국내 관련 기업들도 올랐다. 지난 7월 9일 이후 두 달여 만에 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은 각각 11.6%(5600원), 19.8%(1450원) 뛰었다. 철강재 부식방지에 쓰이는 아연을 판매하는 고려아연(010130)도 7.67%(2만8500원)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철근 가격은 지난달 21일 5년래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10일 기준 10톤당 4254위안으로 연초 대비 16.9% 인상됐다.

◇ 건설 관련주 수혜 예상…장기적 효과는 "글쎄"

전문가들은 철강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철강 생산 제한 조치는 지난해보다 기간은 길어지고, 적용도시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까지 빡빡한 철강 수급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국내 건설기계업종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미 올해 8월까지 중국 굴삭기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총 판매량을 이미 넘어서는 가운데 비수기로 분류되는 하반기에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디와이파워(210540)진성티이씨(036890)같은 건설기계 부품 제조업체의 강세를 전망했다.

다만 중국 통화정책이 여의치 않아 이번 중국 인프라 투자로 인한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세 번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달리 이번에는 지급준비율만 인하하고, 1년 만기 대출금리와 같은 기준 금리는 유지했다"며 "지방은행과 중소기업 등을 대상을 좁혀서 실시하는 완화정책인 만큼 이전의 인프라 투자 정책 수준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업부채 비중이 과거의 양적완화 시기에 비해 너무 커진 것도 불안 요인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2007년 말 96.8%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이 2017년 말 160%로 상향됐다"며 "이 중 절반이 지방정부 산하의 국유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의 부실 가능성"이라며 "글로벌 금리인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그림자 금융을 동반한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담보가치가 하락한다면, 중국 전반의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