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서울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서울시내 그린벨트(개발 제한 구역) 해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11일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부동산 문제를 놓고 이견(異見)을 드러내며 충돌한 것은 최근 2개월 사이에만 세 번째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열린 KEI 환경포럼에서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30만㎡ 이하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이는 정부·여당 입장과 다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아파트값 급등을 거론하며 "부동산 공급 대폭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고, 국토교통부도 '추석 전 공급 확대'를 공언해왔다. 모두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찔끔 풀어서 아파트를 지어봤자 '로또'가 될 뿐이고 가격 안정 효과는 거의 없는 만큼,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남겨둬야 한다는 게 박 시장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포럼에서 서울 집값 상승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파트 분양 공급'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했다. "지금은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연·기금도 있고, 1100조원의 유동자금을 활용해 국공립 임대주택을 확대할 호기(好機)"라고 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박 시장 선거 공약 사항이다. 임기 5년간(2018~2022년) 임대주택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도심 저(低)개발지나 유휴지, 국·공유지, 노후 청사 건물 등을 발굴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그런 자투리땅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를 낼 만한 대규모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유휴 시유지 현황을 보면 올해 160곳 가운데 한 곳(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3866㎡)을 빼고는 모두 400㎡(약 120평) 이하의 자투리땅이다.

박 시장과 정부·여당의 '부동산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시장이 7월 초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을 밝히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대규모 개발 계획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같은 달 하순엔 박 시장이 부동산 보유세 산정의 기준인 '공시지가 결정권'을 국토부에서 서울시로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