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송금 앱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A사는 지난달 중순 벤처캐피털 3곳에서 60억원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가 막판에 무산됐다. 현행 법규상 국내 벤처캐피털사는 금융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직원 수 40여 명인 이 회사는 해외 송금 시장에 본격 뛰어든 지 8개월 만에 월 송금액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급성장하고 있지만 생존을 걱정할 처지가 된 것이다. 현재 해외 송금 앱 스타트업 A사 이외에도 4~5곳이 투자 유치가 최종 단계에서 중단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6월 규제 완화를 통해 이전까지 은행만 해오던 해외 송금 업무를 소액(건당 3000달러 미만)에 한해 벤처기업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20여 벤처기업이 소액 해외 송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100만원을 보낼 경우 수수료는 3만~6만원 안팎이지만, 스타트업들이 수수료를 최저 1000원까지 낮추면서 소액 송금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소액 송금 활성화는 불법 환치기가 줄어드는 효과도 낸다"면서 "2~3년 내 소액 해외 송금 연간 규모가 조(兆) 단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재부가 작년 2월 당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이런 소액 해외 송금 스타트업을 금융 업체로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벤처기업 특례법과 창업지원법은 국내 벤처캐피털이 금융 업체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만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벤처 특례법·창업지원법의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스타트업들이 아우성을 치자 지난달에야 문제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처가 작년에 규제 완화할 당시에는 아무런 협의나 조율을 하지 않은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 못 하는 현재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벤처 특례법·창업지원법의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또다른 해외 송금 앱 B사의 유모 대표는 "투자 유치가 중단돼 경영난인 상태에서 몇 달간 손 놓고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