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20일 일본 모바일 메신저 자(子)회사 라인에 7517억원을 투자한다. 네이버가 1999년 창업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다.

네이버가 8월 말 현재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약 1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 것이다. 일본 라인은 모(母)회사의 투자금에 일반 투자자 자금까지 1조5000억원을 확보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와 보험·대출·증권과 같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에서 핀테크 시장을 개척한 뒤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 신규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서울이 아닌 도쿄를 선택한 것이다.

카카오도 올 초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설립했다. 설립 후 4개월간 직원 약 100명도 채용했다. 이 회사는 그라운드X를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규제에 발목이 잡힌 기업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규제가 풀리기만 기다리다가는 사업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다급함이 배경에 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 성장을 위한 1호 규제 개혁 과제로 꼽은 은산(銀産)분리 완화 법안조차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2005년에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0% 허용하는 규제 개혁을 단행하면서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산 200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들이 금융 혁신을 주도하며 단숨에 미국을 넘어서는 핀테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핀테크뿐 아니라 블록체인, 바이오, 차량 공유 등 수많은 신기술 분야에서 국내 규제에 막힌 대기업과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등지고 해외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