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9월 들어서도 서울 주택 가격은 상승 폭을 키운 데다 거래량까지 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더 오르기만 하는 현상을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이 추가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47% 오르며 전주(0.45%)의 상승 폭을 넘어섰다. 8월 초만 해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주일에 0.18% 정도 올랐다. 불과 한 달 만에 상승 폭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처가 시행된 4월 이후 잠잠하던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 강동구의 경우 일주일 만에 1.04%가 오르며 과열 양상을 보였고,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도 0.5%대의 높은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불길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이 포함된 동북권 아파트 값이 0.43% 오른 것을 비롯해, 구로구와 금천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도 0.41% 올랐다. 그동안 아파트값 폭등에서 소외됐던 곳들까지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다시 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아파트 단지.

이런 가운데 신고가가 등록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7~10일 나흘 동안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신고가를 찍은 아파트는 단지와 면적을 구분해서 봤을 때 서울에서만 661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면적 84㎡는 전고가보다 1억원 이상 오른 14억원(29층)에 거래됐다고 등록됐다.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 84㎡는 6000만원 오른 6억4000만원(13층)에, 청담자이 82㎡는 3억원 상승한 23억원(6층)에 거래되는 등 지역을 불문하고 오름세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 두 채 거래로 호가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거래량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9월 10일까지 등록된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3618건. 하루 평균 362건이 거래됐다. 8월 하루 평균 거래량(242건)보다 50% 늘어난 것이고, 7월(180건)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9월(8231건)보다 많고, 직전 1년 월평균 거래량(7610건)보다도 많다. 올해 들어 거래가 가장 많았던 때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직전인 3월로 1만3819건이 거래됐었다. 가장 적었던 때는 4768건이 거래된 6월이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대출규제 강화와 세제혜택 축소, 보유세 강화와 같은 추가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공급부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택지를 새로 조성하는 공급 확대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지만, 입지가 좋은 곳이 별로 없는 데다 실제 입주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 만큼 공급 측면에서 당장 숨통을 터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매물을 없애는 부작용을 만들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그동안 쏟아낸 규제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집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는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려면 정부가 공급 확대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