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핀테크 업계에 대한 인허가가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인공지능(AI)을 감독업무에 적용해 인허가 업무를 더 빨리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10일 서울 마포 소재 창업 허브 별관 1층에서 핀테크 타운홀 미팅-핀톡(Fin Talk) 행사를 열고 "핀테크 업체가 규제에 막히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금감원이 그런 문제를 다 풀수는 없다"면서 "그럼에도 금융위와 협의하는 등 다른 루트를 통해 나름대로 도와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감독 기법을 개발해 인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현행 법체계가 포지티브(허용되는 것만 법에 명시하는 규제체계) 규제여서 핀테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윤 원장은 "금융이 한 단계 향상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법에 명시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규제체계) 규제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한 번에 법체계를 바꿀 수는 없으며 감독당국 입장에서 핀테크 발전과 함께 소비자 보호, 시스템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금감원은 레크테크(RegTech)의 일종인 머신 리더블 레귤레이션(MRR)과 섭테크(Subtech·Supervision와 Technology 합성어) 도입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MRR은 금융사 IT시스템이 금융규제를 기계어로 이해하고 전산 데이터를 추출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금융당국에 스스로 제출하는 최첨단 시스템 개념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금융사가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할 때 사람이 일일이 규제를 확인해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MRR은 이같은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 수행해 인위적인 조작이나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전자금융거래법상 업무보고서 규정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시범 사업을 벌인다. 이후 MRR 기능이 탑재된 표준 API(특별한 기술 없이 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페이스의 일종)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금융회사 IT시스템이 자동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또 AI를 활용한 금융감독방식인 섭테크를 도입해 AI를 통한 약관 심사 시스템 및 금융감독 챗봇 시범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감독 능력 배양을 위해 섭테크 도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금융규제가 복잡·다기화되면서 핀테크 기업 및 금융사의 규제 준수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컴퓨터 시스템이 스스로 금융규제를 인식하고 규제 준수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파일럿 테스트를 올해 안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AI가 보이스피싱 유형을 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개발해 핀테크 스타트업 등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상품 약관 심사 등 섭테크를 활용하면 방대하고 난해한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자동으로 신속·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돼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