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PD 에어로스페이스가 2023년 민간 우주여행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 상상도.

일본 우주개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PD 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23년까지 우주에서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는 우주선 '페가수스'를 상용화하겠다"고 이달 4일 발표했다. 여객기와 형태가 비슷한 이 우주선은 승객·승무원 등 8명을 태우고 상공 110㎞까지 날아가 5분 동안 무중력 체험을 할 계획이다. 이 업체가 제시한 우주여행 가격은 1인당 1700만엔(약 1억8000만원) 선.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우주선 성능을 테스트하는 로켓 연소 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일본 여행 업체 HIS와 항공 기업 ANA 등 주요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을 투자받았다.

일본 스타트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민간 우주개발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미국 스페이스X·블루오리진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과 위성통신 서비스, 우주 쓰레기 수거, 인공 별똥별 제작 같은 시장에 속속 도전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우주 사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일본도 발 빠르게 민간 업체를 키우며 우주 상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위성 안테나 공유, 우주 쓰레기 청소 업체 등장

2016년 설립한 일본 스타트업 인포스텔라는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각국 기업·연구소에 안테나 공유 서비스를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인공위성은 지상의 안테나와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지구 자전 때문에 하루 통신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하다. 인포스텔라는 전 세계 안테나를 연결해 인공위성 운영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안테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안테나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통신 비용을 매년 많게는 수천억원 절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내년에 '우주 쓰레기 처리 위성'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약 5조8000억개에 이르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어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업체는 거대 자석을 실은 위성을 띄워 금속 성분 우주 파편을 수거해 대기권에서 태울 계획이다. 아스트로스케일 측은 "우주정거장이나 위성을 운영하는 국가, 기업의 주문을 받아 위성 주변을 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는 2020년 달 표면에 지구에서 보이는 크기의 대형 기업 광고판을 세울 계획이다. 올해 초 일본 최대 항공사 JAL도쿄방송 등에서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로켓 파편과 고장 난 인공위성 등 지구 궤도를 뒤덮은 수많은 ‘우주 쓰레기’의 모습. 일본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은 내년부터 위성 보유 국가와 기업의 주문을 받아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위성을 가동할 계획이다.

ALE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춰 우주 공간에서 '인공 별똥별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밝은 섬광을 내며 불타는 1㎝ 크기의 특수 금속 구슬 수백 개를 상공 80㎞ 지점에서 위성으로 뿌려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연출한다는 것이다. 민간 우주 사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도 활발하다. 지난 5월 일본 정부는 우주 벤처기업에 3년간 총 1000억엔(약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NASA(미항공우주국) 격인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는 각 업체에 핵심 기술진을 파견해 기술 이전을 하고 있다.

한국, 세계적 기술력에도 위성 시장 점유율은 0.8%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정부·연구소 중심의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민간 중심으로 우주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한화테크윈·한국항공우주산업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에 참여하는 일부 방산 기업을 제외하면 우주 산업 전문 기업이 없다시피 하다. 관련 기술을 상업화할 민간 업체가 나오지 않다 보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세계 위성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김영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사무국장은 "일본은 그동안 정부 기관이 쌓아온 우주 항공 기술력에 스타트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새로운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도 발사체를 개발하며 얻은 기술을 활용해 상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