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11월 7·8일 양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최하는 '2018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폴더블폰(foldable·화면이 접히는 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등 핵심 제품 정보를 대거 공개한다.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쏠려있는 제품의 핵심 기술과 스펙(사양)을 개발자들 앞에서 먼저 내놓는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례적 행보에는 자사의 개발자 대회를 애플의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구글의 I/O(Input/Output)대회에 버금가는 글로벌 행사로 키워 삼성의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고동진 스마트폰 부문 사장의 뜻이 반영됐다. 고 사장은 이번 행사의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주요 제품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삼성의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도 소개한다.

폴더블폰 얼마나 공개할지 촉각

이번 삼성 개발자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폴더블폰과 갤럭시홈(인공지능 스피커)이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전 세계 개발자에게 제품의 주요 사양과 디자인, 사용 방식(UI/UX) 을 자세하게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 사장이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홈에 대한 정보를 대거 공개한다.

개발자들에게 폴더블폰의 디자인과 구동 원리, 차별화 포인트를 공개해 세계 개발자들이 이에 특화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폴더블폰은 마치 다이어리처럼 화면을 양옆으로 펼칠 수 있는 형태에 겉면에도 별도의 화면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폴더블폰의 시제품은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 폴더블폰의 주요 특징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오는 11월 폴더블폰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고동진 사장도 지난달 갤럭시노트9 발표 당시 미국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폰은 최초를 뺏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갤럭시노트9 공개 행사에서 선보였던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홈도 이번에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 삼성은 지난 2016년 인수한 음향업체 하만과 공동 개발한 갤럭시홈에 399달러의 가격을 잠정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음질·고가(高價) 정책은 100달러 이하 제품을 앞세워 시장 보급에 주력하는 구글, 아마존과는 다른 전략이다.

삼성,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 나선다

삼성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빅스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빅스비가 마치 사람처럼 대화의 문맥을 이해하고 굳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할 필요 없을 정도로 성능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광화문으로 갈래"라고 말하면 길을 안내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택시도 호출해주고, 내릴 때는 자동으로 결제까지 해주는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기업들이 빅스비를 활용해 AI 가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빅스비 개방 방침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800여 개 업체들이 빅스비를 제품에 탑재해 활용하고 있다"면서 "11월 개발자대회에서 빅스비 전용 개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도 "이번 개발자대회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생태계를 형성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할 만큼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선발주자인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따라잡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버·스타벅스 등 전 세계 주요 기업과 제휴를 통해 빅스비의 기능과 사용처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