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인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면 부동산 정책 비전문가들인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저마다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이라고 표현할 만큼 강경파인 김 수석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을 비롯해 보유세 인상과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유도 등 굵직한 정책을 이끌어왔다. 김 수석은 8·2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장담과는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들끓는데도 김 수석은 침묵하고 있다. 더구나 김 수석이 주도한 임대주택 사업자 유도 정책을 최근 김현미 장관이 뒤집으면서, 김 수석이 정책 주도권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정책 주무 장관인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강남 집값만은 잡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강경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강남 지역의 경우 40% 이상이 집을 새로 사서 임대 사업에 나선 점이 확인됐다"며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던 정책이 새로운 투기의 물꼬를 열어 준 게 아닌가 판단된다"면서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반면 현실파인 김동연 부총리는 한발 물러선 채 정부 내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대책은 세제·규제·금융 등 각종 정책이 총망라되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경제부총리가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종부세 인상에 대해서도 김 부총리는 애초에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버텼지만, 여당의 압박에 밀려 결국 종부세 인상안을 마련해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여당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더 강력한 종부세 인상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종부세 인상은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김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수석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 부동산 비전문가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부쩍 부동산에 대한 언급을 늘리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강남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